한달전 서울 확산 경고 그대로 현실화
"이태원 사태 방역당국 뼈아픈 실책"
누적 희생자 258명...치료대응 성공의문
의료계에서는 ‘이태원 쇼크’를 두고 “방역 당국의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클럽이 감염전파의 매개가 될 가능성이 큰 데다 방문자를 추적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도 충분히 예방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클럽 발(發)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상당히 빠른 데다 방문자 추적에도 당국은 애를 먹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기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환자는 모두 102명으로 늘었다. 첫 환자가 나온 지 엿새만이다. 또 클럽 관련 전수조사 대상자 5517명 중 실제 전화 연락이 닿은 인원은 절반도 안 되는 2405명(43.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명부에 기재한 연락처가 잘못됐거나 전화를 받지 않은 경우다. 또 “클럽에 간 적 없다”고 부인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K(케이)-방역’ 성과 알리기에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태원 클럽 관련 첫 환자가 나온 이튿날인 7일 90분간 ‘코로나19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온라인 외신 브리핑’을 개최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감염병 차단의 중요한 점으로 한국의 접촉자 추적방식, 공격적인 진단 검사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 환자는 브리핑 다음 날인 8일 15명으로 늘더니 9일엔 27명이 됐다.
10일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이 이어졌다. 역시 K-방역의 성과가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미 우리는 방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며 “국민의 힘으로 방역 전선을 견고히 사수했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겨왔다”고 밝혔다. 물론 문 대통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마지막까지 더욱 경계하며 방역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날 이태원 클럽 발 누적 환자는 54명으로 늘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일련의 방역성과 홍보 등이 일반 국민에게 “극복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자화자찬은 이르다는 의미다. 백신·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지금 확진자 수가 잠시 줄어들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태 초기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이다. 결국 최근 확산세는 등교 개학을 또 일주일 미뤘다.
더욱이 258명의 코로나19 희생자를 낸 치료대응력은 여전히 의문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7일 한 토론회에서 “(한국이) 방역대응은 성공했지만, 치료대응도 성공했는지 모르겠다”며 “전체 치명률이 낮은 것은 젊은 연령층이 많기 때문인데 70~80대 치명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이태원 클럽 사태를 막으려면 바이러스가 교묘히 침투하는 ‘틈’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혹시나 방심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0일 “(이번) 감염사태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자화자찬과 들뜬 마음으로 당국이 휩쓸려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새겨둘 만하다.
김민욱 복지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