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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swwet | 2020.08.27 | 조회 712 | 추천 1 댓글 3

닭이 먼저냐 아니면 달걀이 먼저냐?

핵산과 단백질은 풀 수 없을 만큼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것이 먼저냐’ 하는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DNA의 사촌이라 할 수 있는 RNA도 염기 서열 형태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길고 복잡한 분자다. RNA는 DNA에서 복제한 유전정보를 세포 내에 있는 단백질 합성 기관에 전달한다.

오늘날 우리 몸 안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 10만 종이 넘는 단백질은 DNA와 RNA에 포함된 유전정보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핵산이 없으면 단백질이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백질이 없으면 핵산도 존재할 수 없다. 단백질이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새로운 DNA와 RNA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최초 자체 복제 분자의 경쟁에서 RNA가 단백질을 이겼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어떤 근거로 결론을 내린 것일까?

닭이 먼저냐 아니면 달걀이 먼저냐? 본문 이미지 1

리보핵산(RNA)(핑크색)은 지구 상에서 생명체를 시작한 분자의 후보이다. 세포 안에서 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단백질을 합성하는 기관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기관에서 RNA 분자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유전정보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스위치’ 역할 분자(푸른색)와 상호작용한다.

원시 수프에서 RNA와 같이 복잡한 분자가 먼저 등장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밀러가 기체와 수증기를 채운 플라스크 안에서 단백질 구성 분자들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수프와 세포 이야기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후에는 분자생물학자가 된 월터 길버트(Walter Gilbert)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길버트의 연구에 큰 영향을 준 제임스 왓슨과 길버트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길버트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 과정에 있을 때 왓슨을 처음 만났다. 그러나 1950년대 말에는 두 사람 모두 미국으로 돌아와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왓슨의 관심은 DNA에서 RNA로 바뀌어 RNA에 대한 연구를, 길버트는 이론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왓슨이 하고 있던 실험에 크게 매료된 길버트가 왓슨의 실험에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1960년 여름을 핵산 연구로 보냈다. 그는 분자생물학 연구를 계속하여 핵산 연구로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 폴 버그(Paul Berg)와 함께 1980년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리고 1986년에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RNA 세상’ 이론을 제안했다.

길버트가 제안한 RNA 세상 이론에 의하면, 단백질이 아니라 RNA가 생명의 선구자다. RNA는 자체 복제 기능을 가진 첫 번째 분자로 많은 RNA를 만들어내 진화의 긴 여정을 시작한 분자가 되었다. 그러나 길버트의 기대와 달리 이 이론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이론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이론들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것은 마지못한 선택으로, 못마땅한 많은 이론들 중 그나마 가장 그럴듯하다는 정도의 지지였다. 2012년에 뉴질랜드의 생화학자 해럴드 번하트(Harold Bernhardt)는 RNA 세상 이론을 “다른 모든 이론을 제외하면 생명의 초기 진화에 관한 최악의 이론”이라고 평가했다.

초기 생명체 진화와 관련된 일들은 40억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이어서 길버트의 이론을 직접 시험해볼 수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은 자체 복제 가능을 가진 RNA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런 기능을 가진 다른 분자도 찾아내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자체 복제 기능을 찾아내기 위해 수조 개의 RNA 염기 서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유전정보 일부를 자체 복제한 분자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유전정보 전체를 복제한 분자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RNA가 생명체의 선구자라는 실험적 증거가 부족하지만 생명의 선구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단백질의 경우에도 더 나을 것은 없다.

과학자들이 최근에 사용하는 전략은 RNA와 단백질의 진화 역사를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오래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유전자에 포함된 정보를 통해 악어가 고양이보다 먼저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분자 구조에 숨어 있는 정보를 비교하면 핵산과 단백질 중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를 알아낼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의 어려운 점은 RNA의 조상보다 단백질의 조상을 알아내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의 세포에서 RNA가 단백질 합성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잠시 핵산이 아니라 단백질이 최초의 자체 복제가 가능한 분자였다고 가정해보자. 자체 복제가 가능한 단백질이 원시 태양 아래 자체 복제를 통해 많은 단백질을 만들어내던 것은 40억 년 전의 일이었다. 그다음에 RNA가 등장해 전체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어놓았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단백질이 RNA에 포함된 정보를 이용해 세포 내에서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새로운 RNA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추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오늘날 모든 세포 안의 단백질은 새로운 시스템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핵산 중 어느 것이 생명의 선구 분자인지의 문제를 옆으로 밀어두고 결국에는 단백질과 핵산 분자가 함께 공동 작업을 하여 분자의 복제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이것으로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는 일이 크게 진전될 수는 없을 것이다. 복제 기능을 가진 분자는 생명체의 단위가 되는 세포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답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답을 기다리고 있다.

최초의 세포는 어디서 왔으며, 언제 처음 나타났는가? 처음에 세포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전문가 노트: 최초의 세포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참조) 이런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초기 세포인 원시세포를 흉내 낸 단순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실험을 해야 한다.

현재는 DNA를 합성하여 세포와 비슷하게 막으로 감싸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까운 장래에 과학자들은 자체 복제가 가능한 원시세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생명을 창조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의 기원을 밝혀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만들어낸 방법으로 초기 지구에서 최초 세포가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비밀은 초기 지구로 여행할 수 있는 시간 여행자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참조).

과학자들은 아직도 생명의 요람이 된 환경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과학자들 중 일부는 밀러의 뜨거운 원시 수프가 실제로는 차게 먹는 수프인 가스파초처럼 차가웠을 것이라 믿고 있고, 일부는 비네그레트소스로 무친 요리처럼 산성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마요네즈같이 기름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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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화학물질을 포함한 이 기름방울은 최초의 세포와 비슷할지 모른다. 안에 들어 있는 검은색 화합물은 화학반응을 통해 원시세포에 동력을 제공하는 시안화수소 고분자이다.

어디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바다에 충돌한 운석으로 인해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운석이 다른 행성으로부터 지구로 생명체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생명이 외계에서 왔다는 주장은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의 답을 자신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먼 은하의 외계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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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 코드가 복제되어 유전정보가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된다. 그러나 DNA는 모든 진화의 씨앗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분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DNA의 사촌이라고 할 수 있는 RNA가 생명을 시작한 분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좀 더 그럴듯한 이론은 생명이 화산 부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수십억 년 전의 지구는 지금보다 더 따뜻했고 표면에 많은 화산 분화구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원시 수프를 담고 있던 연못은 오늘날의 온천 지역처럼 주변이 온천으로 둘러싸여 있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최초의 생명체를 해저의 화산활동과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해저화산 주변에는 용융된 암석에 의해 데워진 물이 흘러나오는 ‘검은 흡연자’로 알려진 열수 배출구가 있고, 이런 열수 배출구 주변에는 진화적으로 볼 때 원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체들이 많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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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년 전에 지구의 평균온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 70℃나 되었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에서는 생명체가 화산 주변의 샘이나 수증기 안에서 처음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오늘날에도 열을 좋아하는 세균(호열균)들이 온천에 번성하고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면서 밀러의 수프 이론은 진부한 이론처럼 보일 수 있다. 어쩌면 수프 이론 전체를 폐기하고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밀러는 아직도 자신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2007년 밀러가 사망한 후 밀러의 제자였던 지구화학자 제프리 배더(Jeffrey Bada)는 밀러가 실험실에 남겨놓은 상자들을 발견했다. 이 상자들은 유리병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밀러는 실험에 사용되었던 샘플에 라벨을 붙이고 실험실 일지에 기록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배더는 원시 수프에 관한 논문이 출판된 직후인 1953년과 1954년에 했던 실험과 1958년에 했던 발표되지 않은 연구에 사용되었던 샘플 유리병을 발견하고 놀랐다.

배더는 새로운 분석 장비와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이용하여 밀러의 샘플에서 생명의 기원에 관해 이미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50년이 된 밀러의 샘플이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밀러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리병에 든 내용을 다시 분석한 배더는 화산에서 분출되는 수분을 흉내 낸 (노즐을 이용하여 뜨거운 증기를 플라스크 안으로 불어넣은) 실험 장치의 수프 플라스크에 당시의 밀러가 찾아낼 수 있었던 것보다 좀 더 복잡한 화학물질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잊혔던 실험은 화산활동이 초기의 화학물질에서 생물학적 복잡성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산이 생명의 요람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밀러만은 아니지만 그의 연구는 아직도 생명의 기원에 관한 생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닭이 먼저냐 아니면 달걀이 먼저냐? (사진으로 이해하는 과학의 모든 것, 2015. 12. 7., 헤일리 버치, 문 키트 루이, 콜린 스튜어트, 곽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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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길 | 추천 0 | 08.29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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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 추천 0 | 08.28  
궁금하네요. 답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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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kingdoom1004 | 추천 0 | 08.27  
사람마다 다르죠.. 닭?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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