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터널 김경후 숨 쉴 때마다 썩어간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들러붙는 건 죄와 흙 나가는 곳이 갇힐 곳이다 뚫고 나간 곳이 더 깊은 어둠 속 썩은 탯줄들만 널려 있다 그 탯줄에 악몽이 목을 맬 때마다 꿈틀대고 버둥거린 자국들만 널려 있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가슴과 자궁 속엔 썩은 개흙들 내가 낳는 것들은 바늘과 꼬챙이에 꿰여 바닷속으로 던져진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으깨지고 문드러진다 개흙 냄새와 함께 썩고 섞이고 스민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백발을 잡고 뒤흔드는 미치광이 달이 뜨는 검은 갯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