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에 서서
이성선
갈아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 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 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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