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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록
sicker2002 | 2019.10.16 | 조회 161 | 추천 1 댓글 1

병상록 病床錄

 

 

                           김 관 식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몸져 누운 지 이제 10년.

고속도로는 뚫려도 내가 살 길은 없는 것이냐.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오장이 어디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생물학 교실의  골격표본처럼

뼈만 앙상한 이 극한 상황에서‥‥‥

어두운 밤 터널을 지나가는

디이젤의 엔진 소리

나는 또 숨이 가쁘다 열이 오른다

기침이 난다.

머리맡을 뒤져도 물 한 모금 없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등잔에 불을 붙인다.

방안 하나 가득 찬 철모르는 어린것들.

제멋대로 그저 아무렇게나 가로세로 드러누워

고단한 숨결은 한창 얼크러졌는데

문득 둘째의 등록금과 발가락 나온 운동화가 어른거린다.

내가 막상 가는 날은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

가여운 내 아들딸들아,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

백금 도가니에 넣어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

아하, 새벽은 아직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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