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건 내가 아니라 가을이라고 가을, 네 탓을 해댄다 가슴을 쥐어뜯는 세상 모든 애절한 가을의 시는 시인이 쓴 게 아니라 가을, 네가 토해낸 것이라고 가을 네 탓을 해댄다 붉은 건 붉어 아프고 노란 건 노랗다고 슬프니 초록이 사그라져 해 떨어지는 저녁만큼 서러운 가을인데, 온통 네 탓이라고만 하는 탓쟁이들을 원망치 마라 본디 너는 그러라고 생긴 계절이다 온전히 네 탓에 고독의 등불을 켜고 눈물로 지샌 새벽을 지나, 햇살 내리쬐는 인생의 뒤안길로 뽀얗게 걸어 들어갈 수 있으니 가을, 너만이 영혼의 깊이를 잴 수 있는 인생의 잣대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음이다 - 해무 이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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