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속을 걸어 고영민 제재소 옆을 지나다가 담 옆에 켜놓은 통나무 하나를 본다 잘린 단면의 나이테가 선명하다 여러 굽이 에돌아 만들어진 나무 속 등고선 해발 몇백 미터의 산을 품고 걸어온 첩첩의 붉은 산을 품고 나무는 산정을 오를수록 점점 몸피와 나이를 줄인다 청명한 공기와 햇빛으로부터 아득히 멀고 먼 걸음을 옮길수록 숨막히고 어두운 나무의 안, 안 가는 실금의 첫 나이테가 제 생의 마지막 등고선, 최고의 산봉우리였다네 숨을 고르며 오랫동안 산정에 서 있다가 하산한 나무 한 그루가 뿌리, 제 신고 온 투박하고 낡은 신발을 산속에 벗어놓고 가지런히 누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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