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오랜만에 같은 잠자리에 누웠다. 조그맣게 코고는 소리 벌써 잠이 드신 아버지 많이 피곤하셨나보다. 작지만 야문 손 잡아보고 주름진 얼굴 살며시 바라보다 어느새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 아버지도 사람이셨구나. 성황당 나무처럼 마을어귀 장승처럼 백 년이 한결같은 줄로만 알았는데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슬픈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슬픈 아버지도 사람이셨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내 할아버지가 가신 길을 아버지도 가시겠지.
- 조현정의《 아버지 》(도종환 엮음의 <그대의 사랑 안에서 쉬고 싶습니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