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이야기
드라마에선 그렇잖아..
그녀의 연락을 받고 급히 차를 몰고 가는 남자가 주차를 못해서 쩔쩔매는 일은 절대 없고,
갑자기 쓰러진 주인공이 병실이 없어서 병원 복도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없지..
꼭 알아야 할 서로의 소식은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가 꼭 알려주고,
그래서 주인공들은 몇 번쯤 어긋나더라도 결국은
만나게 되고 결국은 사랑을 하게 되고..
오늘, 열 몇 편으로 마침내 행복해지는
미니시리즈를 보면서, 처음으로 인생이란게
참 아득하고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기도도 해봤어.
만약 나한테 딱 한번이라도 드라마처럼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 한번만 아주 뻔한 드라마처럼
눈 오는날 우연히 다시 만나자
혹시라도 유리창 너머로 서로 안타깝게 스쳐 가는 일이 없도록 내가 잘 알아볼게
그때.. 니가 내손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날 다시 만나만 준다면
다시는 오해 같은거 생기지 않도록
내가 정말 잘할게.
그 여자 이야기
텔레비전에서 그 드라마를 다시 보여주더라.
너는 유치하다고 저렇게 말도 안되는거 왜 보느냐고 했고
난 그래도 재미있다고 우기던..
만약, 우리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작은 오해로 크게 싸우고 서로 손톱을 세워서
마음을 할퀴고, 그러다 결국 헤어져 버린 이야기..
한 순간 모든 오해가 풀리는 극적인 반전도 없고
눈물이 흐를 만큼 마음아픈 이별도 없이,
그냥 그렇게..헤어져버렸다는 이야기.
... 아무도 보지 않겠지?
나라도 안 볼거야, 재미 없을테니까,
글쎄...지금이라도 우리가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내가 너한테 그 땐 오해해서 미안했다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펑펑 울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우리가 다시 나린히 눈 내리는 길을 걷게 된다면..
그건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 니 말대로 난 유치한가보다,
아직도 이렇게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나
꿈꾸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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