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중의 으뜸 미인, 사과
“사과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 반짝~~♬”
사과를 많이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 자주 들어 봤지요? 빨갛게 익어서 반짝거리는 사과를 먹으면 정말 사과처럼 예뻐진다고 해요.
예나 지금이나 과일 하면 제일 먼저 사과를 떠올릴 정도로 사과는 우리와 매우 친한 과일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감 다음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고,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도 꼭 올리는 중요한 과일이에요.
여러분에게 사과를 어떻게 먹냐고 물으면 과일 그대로 먹는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서양 요리책을 보면 사과를 굽거나 설탕에 졸이는 요리가 많아요. 유럽 사람들이 사과를 그냥 먹지 않고 사과파이, 사과케이크, 사과잼 등으로 조리를 해서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럽에서 나는 사과는 그냥 먹으면 별로 맛이 없어요. 우리나라 사과처럼 아삭거리지도 않고, 과즙이 풍부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달지도 않고 딱딱하거든요. 왜 그런지 일단 사과의 얘기부터 들어 보기로 해요.
너희들이 나를 매일 먹으니까, 이 사과님이 흔한 과일인 줄 아나 본데……. 이래봬도 내가 좀 까다롭거덩.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알려 줄게.
첫째, 나는 활동하지 않고 쉬는 기간이 매우 길~어야 해. 결국 겨울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지. 그렇다고 해서 너무 추우면 곤란해.
둘째, 사과 꽃이 필 때 비가 안 오고, 열매가 자라고 익을 때 햇빛이 풍부해야 해. 그래야만 더 달고 더 아삭거리는 사과를 얻을 수 있거덩.
셋째,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면 더욱 맛있는 사과가 열려. 낮에는 덥고 햇빛이 쨍쨍하다가 밤이 되면 싸늘해지는 곳이 딱 좋아!
하지만 유럽은 날씨가 흐릴 때가 많기 때문에 사과가 자라고 익을 때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요. 특히 북서부 유럽은 많이 춥지도, 많이 덥지도 않으면서 일 년 내내 비가 내리지요. 햇빛이 비치는 맑은 날은 당연히 드물겠지요? 게다가 낮과 밤의 기온 차이도 크지 않아요. 기후가 이렇다 보니 사과가 재배되기는 해도 ‘맛있는’ 사과가 나지는 않는답니다.
북서부 유럽의 여름
우리나라의 여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후는 어떤가요? 꽃이 피는 봄에는 비가 적고, 열매가 자라는 여름에는 온도가 높으면서 햇빛도 풍부하고, 사과의 단맛이 배는 가을에는 맑고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고……. 그래요! 우리나라의 기후는 사과를 재배하기에 아주 적당한 기후랍니다.
사과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중에서도 특히 더 맛있는 사과가 나는 곳이 있답니다. 아무래도 사과나무가 좋아하는 조건에 가장 잘 맞는 곳이겠지요? 그곳은 어디일까요?
여러분에게 힌트 하나 줄게요. 산에 갔다가 해가 져서 갑자기 추워졌던 적이 있지요? 산은 우리가 사는 평지보다 온도 변화가 훨씬 심해요. 그래서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더 크지요. 그러니 사과를 재배할 때는 평지보다는 산지가 낫겠죠?
그럼 우리나라에서 산이 많은 곳을 찾아봐야겠어요. 그림1을 보세요.
그림1. 해발 고도 단계 구분도
지도의 제목이 좀 어렵지요? 이런 지도를 보면 머리부터 아파온다고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렵지 않아요.
지도는 여러 종류예요. 또 그 지도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답니다. 그 말을 알아 듣는 것이 쉽진 않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를 살펴보면 지도가 하는 말이 소곤소곤 들려오지요. 자, 어디 들어 볼까요?
그림1의 제목부터 보세요. ‘해발 고도 단계 구분도’. 그냥 보기에는 어려운 말 같지요? ‘해발’부터 보자면 해는 ‘바다 海(해)’, 발은 ‘뾰족 튀어나오다 拔(발)’입니다. 결국 ‘해발’이란 말은 바다로부터 뾰족 튀어나왔다는 뜻이겠죠. 그럼 ‘고도’를 알아봐야죠. 고는 ‘높을 高(고)’, 도는 ‘정도 度(도)’입니다. 해발 고도를 합치면 바다로부터 높이 튀어나온 정도란 말이지요. 이제 조금씩 지도가 하는 말이 들리나요?
좀더 정확히 말하면, 해발 고도란 바닷물이 있는 높이를 기준으로 하여 잰 어떤 지점의 높이입니다. 그것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구분해 놓은 지도가 바로 해발 고도 단계 구분도예요.
제목의 의미를 알았으니 이제는 지도의 색깔이 나타내는 의미를 생각해 봐야죠. 혹시 봄이나 여름에 전라도 지방을 여행해 본 적이 있나요? 호남 평야나 나주 평야가 있는 곳은 온통 초록색 벼들이 출렁이죠. 그래서 지도에서는 낮고 평평한 땅을 주로 초록색으로 표현합니다.
반면 높은 산은 갈색의 흙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 많고, 여기저기 바위도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죠. 그래서 땅의 느낌이 강한 갈색 계열의 색을 씁니다. 녹색이 짙을수록 낮은 지역이고, 갈색이 짙을수록 높은 지역이라고 보면 되요. 노란색, 갈색이 많은 지역은 산이 많다는 것이죠. 이제 지도를 보면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산이 훨씬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겠죠?
다음으로는 평소에 비가 더 적게 내리고, 해가 비치는 맑은 날이 더 많은 곳을 찾아봐야겠지요? 그림2를 보세요. ‘남한의 연강수량’이라는 지도입니다. 연강수량이란 말의 의미도 알아야 지도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죠?
그림2. 남한의 연 강수량
연강수량에서 연은 ‘해 年(년)’이고요, 강수량은 ‘내릴 降(강)’, ‘물 水(수)’, ‘정도 量(량)’입니다. 의미를 합쳐 보면 연강수량이란 일 년 동안 하늘에서 내린 비와 눈을 모두 합한 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 양이 같은 지역끼리 같은 색으로 칠해 놓은 지도인 것이죠.
그럼 여러 도 중에서 비나 눈이 제일 조금 오는 곳은 어느 도인지 찾아보세요. 어디인가요? 그래요. 경상북도 지방이에요. 이 지역은 주변이 태백 산맥과 소백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비구름이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요. 비구름이 산을 넘어 내려올 때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물방울이 수증기로 바뀌어버리거든요. 그래서 비구름이 사라지고 비가 잘 내리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맑은 날이 많아 햇빛이 풍부한 것이죠.
자 그럼, 우리나라에서 맛있는 사과를 재배하기에 가장 유리한 지역이 어디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겠죠? 산지 지역이면서 비가 적게 내리는 곳을 고르면? 그래요. 바로 경상북도예요. 강원도는 산지가 많아야 한다는 조건에는 해당하지만 강수량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아요.
그림3을 보면 실제로 경상북도에 사과를 재배하는 곳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사과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61.3%나 된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반 이상이 이곳에서 난다는 얘기지요. 그중에서도 영주, 의성, 안동, 영천 등이 사과의 주된 생산지예요.
특히, 소백 산맥을 따라 사과 재배에 가장 좋은 기후 조건이 나타나요. 이곳에서 나는 사과는 유난히 색깔이 빨갛고 껍질이 얇으면서 달고 향기가 좋아 흔히 ‘소백산 꿀사과’로 통하지요. 가을에 이곳을 방문하면 농장에서 ‘빨간 사과 따기 체험’도 할 수 있어요. 그때는 마치 사과 천국에 온 것처럼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사과들을 많이 볼 수가 있을 거예요.
그림3. 남한사과 재배면적(2005년통계청)
그림4. 도별사과생산량(2005년농림부)
과일이나 채소가 어떤 조건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를 알고 있으면 생산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과는 햇빛이 많고, 비가 적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지역에서 잘 자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조건에 맞는 곳은 경상북도 일대예요. 경상북도 일대는 비교적 덥고, 비의 양도 적은 편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과의 주요 생산지는 단연 경상북도라고 할 수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