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죽죽 뻗어가기보다는 그럭저럭 꼬여들었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 안에서 서열을 매기고 역할을 맡기고 죄가를 묻느라 수선을 떨었다. 남자의 인생과 사내들의 우주, 그 성취와 좌절에 대해 진지한 금언을 남기느라 목젖을 떨어댔으며 때로 소주잔 위에 눈물을 뿌리고 낯모르는 이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누가 세계최고 부자이며 최대의 바람둥이인가. 어느 나라 여자와 어느 나라 경치와 어느 나라 음식이 최고인가 아닌가 따위를 화제삼아 술을 마셨다. 끊임없이 투덜대면서도 어쨌거나 가족을 부양했고, 그런 틈틈이 겸언쩍어하면서도 모르는 척 자질구레한 죄를 저질렀다. 그러는 동안 우리 모두 공평하게 사십을 넘겼다. 만수산 드렁칡, 삶의 여정이란 것이 사실로도 칡처럼 하잘 것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달을 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