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김종해-
내가 내 이름을 불러볼 때가 있다
하루의 시간을 끝낸 자에게
등 두드리며 나직이 불러주던 이름
거울 앞에 서 있는
주름진 늙은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내 이름을 호명한다
세상 나들이 끝내고
돌아가야 할 마지막 시간을
나는 서둘러 묻지 않기로 한다
적멸의 시간이 가까이 와 있으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어왔던
그 길 위에 서서
오늘 저녁 나는 다시 등불을 켜며
그대를 사랑했노라 나직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