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 도종환-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깊어갑니다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푸른 나무들은 겨울 지나 봄 여름 사철 푸르고 가장 짙은 빛깔로 자기 자리 지키고 선 나무들도 모두들 당당한 모습으로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목숨을 풀어 빛을 밝히는 억새풀있어 들판도 비로소 가을입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또다시 태어나 살아야 할 이 땅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 차마 이대로 두고 갈 수 없어 갈라진 이대로 둔 채 낙엽 한 장의 모습으로 사라져갈 순 없어 몸이 타는 늦가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