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많은 것들이
언어, 라는 매개체를 타고 오는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너무 쉽게 쓰지만
정작 제대로 쓰는 법을 잘 알지 못해
비루하고 옹졸한 방식으로 마구 뱉어놓고
타인의 이해력을 탓하는 건 아닐까,
잘 쓰는 시간보다
잘못 쓰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게 아닐까.
사람과 다른 종의 존재를 아끼며 살다 보면
이들을 향한 내 사랑의 까닭은 어쩌면
이들이 말을 하지 않아서인가 싶을 때가 있다.
기대오는 체온, 가만히 바라보는 눈빛,
괜히 스치고 가는 무게.
언어의 공백을 채우는 부족함 없는 몸짓.
우리도 그런 것으로 감정을 전할 줄 알고
이해할 줄도 알았을 텐데
그 따스한 몸짓들이 어쩌다
말보다 어색한 방식이 되었을까.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나는 몸으로 전하는 가치를 아직 믿고 있다.
손끝으로 전하는 온기,
소소한 것에 담긴 소소하지 않은 무엇,
그 엷은 온도를 느끼는 촉을 잃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적어도 몸은 머리만큼 간사하지 않기에,
사람들의 안쪽에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뜨끈한 물 주머니 같은 것이 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