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는가 우리가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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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는가 우리가 손잡고
나무들 사이를 걸어간 그 저녁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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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등 뒤에서 한숨지며 스러지던
그 황혼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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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나무에게로 우리 사랑의 말 전하던
그 저녁새들의 일을

잊었는가 우리가 숨죽이고
앉아서 은자처럼 바라보던 그 강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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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에 저물던 세상의 불빛들을
잊지 않았겠지 밤에 우리를 내려다보던
큰곰별자리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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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속들을
별에서 별에게로 은밀한 말 전하던
그 별똥별의 일을

곧 추운 날들이 시작되리라
사랑은 끝나고 사랑의 말이 유행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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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운 날들이 와서 별들이 떨어지리라
별들이 떨어져 심장에 박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