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결혼 생활의 노하우로 남편을 큰 아기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있는데, 독신 시절 나는 그런 발상이나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싫었다. 그런 말로 애써 남자들의 행동을 이해 해야 하고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여러 표현들 사이에 홀연히 나타난 '대형견'이론은 쉽게 공감이 갔고 마음에 와 닿았다.
1년 365일 남편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이 녀석은 정말 도움이 안 돼.' 라는 생각이 들 때는 남편을 대형견으로 생각하면 정신 건강에 꽤 도움이 된다. 분노 조절에 이만 한 것이 없다.
이미 다 알고서 한 결혼이지만 하루하루 가사 노동 능력을 높여 효율적으로 살아가려는 나에 비해 남편의 가사 노동에 대한 자세는 안타깝게도 미적지근하다.
스스로 무언가를 파악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불가능 하고, 뭔가 해주길 바란다면 제때 지시를 해달라고 이야기 한다.
귀엽지 않은 대형견이다. 귀엽지 않아. 손이 너무 간다. 심지어 너무 크다. 귀여울 때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야마우치 마리코 ‘설거지 누가 할래’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