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야 한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아야 한다고, 
 그리워하는 것, 
 생각하는 거 보고 싶은 거, 
 사랑하는 거....  
   
 여자가 말했다.  
   
 다 알고 있어도 듣고 싶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어도 듣고 싶다고, 
 그립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남녀관계에서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 가이다.  
   
 미칠 듯이 끌리고 죽도록 사랑해도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가 아니고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레 등장해 주는 것 
 그래서 서로의 누군가가 되어 버리는 것,  
   
 그게 "운명"이자 "인연"이다.  
   
 - 배수아 / '에세이스트의 책상'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