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철 ‘자발적 유배’ 살이를 했다 추사는 내가 기거하는 고산과 이웃한 대정 귤중옥(橘中屋)에서 9년 간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살이를 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혼자 밥을 먹으며 추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키이스 페라지의 「혼자 밥 먹지 마라」를 읽으며 혼자 밥을 먹는다 앞집, 옆집, 뒷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도 혼자 밥을 먹는다 “서쪽에서 빛살이 들어오는 주방, 혼자 밥을 먹는 적막”*에서 시간과 겨루어 슬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추사는 가시밥을 먹고 한기 서린 책을 읽으며 세한도(歲寒圖)를 그렸다 그에게 혼자 밥 먹는 일은 온축(蘊蓄)의 의식이었으리라 추사 곁에서 배운 ‘온축’의 힘으로 시를 쓴다 자발적 유배지에서 쓴 시가 사막에 버려진 무상 경전이 되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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