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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와 기후 위기
서현마미 | 2019.08.24 | 조회 241 | 추천 0 댓글 0

1960년대 초 환경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했으며 사회생태주의의 아버지가 된 머레이 북친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지배가 곧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의 원인이라고 보았으며, 생태 위기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방법은 인간 사회를 우애가 넘치는 더욱 평등한 사회로 만드는 것뿐이라고 갈파하였다. 언뜻 들으면 급진적 이상주의자가 내뱉은 몽롱한 말일 뿐, 지금 10년 앞으로 숨가쁘게 닥쳐오는 기후 위기를 막을 구체적인 해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지난 1주간 펼쳐진 진풍경은 내게는 그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계기였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그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으며, 또한 인간은 다른 동료 인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자연과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 이 자명한 사실을 모르거나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지구의 생명권 자체가 무너질 상황이 되었건만 어째서 사람들은 이렇다할 만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는가? 인간-사회-자연으로 이어지는 연쇄의 끈이 너무 길다 보니 이를 유지하는 데에 자기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망각할 뿐만 아니라, 한걸음 나아가서 그 끈을 통해 자기에게 전달되는 자연과 타인들의 사랑과 은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며, 나중에는 이를 아예 자신의 ‘자연권’으로 여겨 그 특권을 정당화하는 데에만 온갖 관심을 쏟게 된다. 일단 이렇게 되면 이들은 자신들의 특권으로 구성된 ‘생활 세계’ 바깥에 대해서는 완전히 관심을 끊는 ‘폐색’이 벌어진다. 이것이 이들에게 있어서 타인과 자연에 대한 지배가 일상화되는 과정이다.

며칠 전 태안발전소 참사를 조사한 특조위의 발표가 있었다. 고 김용균씨는 모든 규칙을 준수했음에도 비용 절감과 ‘죽음의 외주화’라는 터무니없는 우리 사회의 차별 구조, 아니 사실상의 ‘신분제’에 의해 희생되었음이 분명히 밝혀졌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사방에서 엄존하고 있어서 김용균씨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이 무수히 반복될 수 있다는 것도 밝혀졌으며, 얼마 전 양천구 빗물처리장에서 비명에 스러져 간 세 분의 노동자들은 이를 너무나 생생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차별이 아예 점수 체계로 확립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특조위에서 활동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산재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정규직은 11점, 비정규직은 4점으로 계산된다는 도저히 믿기 힘든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고발했던 노동자의 고통은 잉여노동의 착취였지만, 현재 한국 노동 시장의 아랫부분에서는 이를 훌쩍 넘어선 ‘신분제’가 이미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주간 권력 중심에 포진한 상위 10퍼센트의 이른바 ‘진보 엘리트’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어떻게 조국 교수를 방어할 것인가였다. 그 과정에서 이 상위 10퍼센트의 ‘생활 세계’와 그 내용이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얼마나 철저히 유리되어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전에도 그 예고편은 충분히 본 바 있었다.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사람에게 ‘노후 준비’로 24억원 정도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았고, 부부 모두가 판사직에 있는 가정을 두고 ‘경제적 궁핍으로 쪼들렸을 것’이니 거액의 주식 투자는 당연하다는 희한한 견해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정말로 기상천외의 것들이 양산되었다. 어느 교육감은 고교생들이 쓰는 과제도 ‘에세이’이며 등재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도 ‘에세이’라 똑같은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아마추어 역사 작가로 필명을 날리던 어떤 이는 ‘스카이캐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고통’이 어찌 그들만의 책임이냐면서 이러한 잘못된 교육 시스템을 낳은 사회 전체가 그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조국 교수가 ‘모두에게 허락된 기회’를 활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카프카는 21세기 한국에서 태어났어야 했다. 산업사회의 외피를 둘러썼을 뿐 조선시대의 신분제가 온존되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기후 위기가 어떻게 우리를 파멸시킬 것인지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기괴할 정도의 궤변을 만들면서 이웃들이 처해 있는 그보다 몇백 배 기괴한 현실을 외면하는 이들이 기후 위기로 2050년까지 절멸할 것으로 추산되는 10억인의 생존에 무슨 관심이 있을 것이며, 하물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의 존재는 의식이라도 할까. 맨해튼 섬의 해안선의 경우처럼 고작 그 ‘캐슬’의 방벽이나 더 높게 올리려 들겠지. 이게 다시 시스템의 악화를 가속시키는 되먹임이 되겠지. 북친이 옳다. 기후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탄소가 아니다.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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