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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박물관
박중훈에대한 추억 " 파주댁! "
박중훈 | 2012.02.23 | 조회 11,870 | 추천 116 댓글 1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때 학교측 관계자가 맨 먼저 한 말은 “국적은 바뀌어도, 학적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었다.국적이야 이민을 가면 한국에서 미국이나 호주가 될 수 있어도, 한 번 학교에 들어가면 바뀔 수 없다는 얘기다.맞는 말이다. 당시로서는 학교와 동창들을 아껴줘야 한다는 이야기쯤으로 생각됐다.



20년 전쯤의 이야기고,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지 15년쯤 되지만 그 말을 되씹어 보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딱 맞는 말인지 무릎을 치게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생활을 한 후에도 동창을 만나면 한 줄이라도 정성을 들이고 싶은 마음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만큼 애정을 쏟는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학교의 선후배이기 때문에 무작정으로 그들에 관한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나 취재 섭외를 하며 학교가 같다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도 출신 학교를 이야기하면 섭외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하고 건조한 인터뷰를 하다가도 동문 얘기를 건네면 ‘업 클로즈 앤 퍼스널 인터뷰’가 되기 일쑤다.



사실 대학 동기인 영화배우 박중훈과는 기묘한 인연이다.

서로 학과는 달랐지만 단과대가 같은 그와 나의 동기 중에는 남자로는 변우민이 있고 여자로는 조용원, 김희애, 전인화가 있다. 생각해보면 탤런트 혹은 영화배우였던 여자 동기들과는 친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남자 동기들, 특히 박중훈과는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문무대와 전방훈련(2주간 훈련을 받으면 한 달 반씩 군복무 기간을 삭감해주던 제도)을 함께 받았기에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추억 속에 간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때 성남에 있는 문무대를 갔을 때다.

낙하산 훈련을 위한 이른바 막타워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받으며 연기자로서 그의 재능을 발견했다.

그 덕에 당시 조교로부터 심한 얼차려를 받았지만 말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졌다시피 막타워에서 뛰어내리기 전 조교가 “애인 이름을 부르면서 떨어지십시오!”라고 하는 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85년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내 순서 앞에, 앞에 있던 박중훈 차례였다.

다른 사람은 ‘영순이’ ‘삼순이’라고 불렀지만 박중훈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조교는 물론 모든 훈련병들이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굴렀으니 말이다.

그의 애인은 다름 아닌 ‘파주댁!’이었다.

한번 상상해 보시라.

철모를 쓰고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박중훈이 ‘파주댁!’이라며 뛰어내리는 장면을 말이다. ( 이하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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