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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박물관
봉준호와 80년대. '살인의 추억' vs '괴물'
멍청이 | 2011.05.31 | 조회 15,400 | 추천 140 댓글 3






강우석,강제규,박찬욱,김지운 등과 함께 대한민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봉준호 감독.


 


영화감독 봉준호의 필모그래피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필모그래피

1993 단편 < 백색인 White Man > 각본, 감독

1994 단편 < 프레임 속의 기억 Memories in my frame > 각본, 감독

1995 단편 < 지리멸렬 Incoherence > 각본, 감독

2000 장편 < 플란다스의 개 Barking Dogs Never Bite > 각본,감독

2003 장편 <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 각본, 감독

2004 단편 < Sink & Rise > 각본, 감독

2004 디지털 단편 < 인플루엔자 Influenza > 각본, 감독


2006 장편 < 괴물 The Host > 각본, 감독

2008 TOKYO! <흔들리는 도쿄> 각본, 감독

2009 장편 < 마더 > 준비중




 


다양한 수상경력은 잠시 접어두고 봉준호의 필모그래피를 우선 살펴보면,


대중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봉준호 감독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식


시킨 작품들은 역시 2003년의 <살인의 추억>과 2006년의 <괴물>이다.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게 한 두 작품은 공교롭게도


80년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살인의 추억>은 본 사람은 다 알다시피


80년대 전국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 넣었던 미결사건인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직접 소재로 다뤄 영화의 배경도 당연히 80년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괴물>은 왜? 필자의 100% 주관적인 소견이지만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은 80년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 사회의


뒤편에 남겨졌던 갖은 배설물들이 뭉친 집합체이다.


 


냉전의 대립이 극심했던 80년대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안보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었고, 대한민국의 수도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도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안보는 바로 국가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가장 중대한 사안이므로.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서 돌연변이의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 주한미군이


몰래 내다버린 독극물이 발단이었다는 설정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독특함이 돋보이는 설정이었다.


 


영화 초반부에 한강대교에서 뛰어 내리는 중년 남자의 눈에 비친 수면 아래의


물체의 진실은 무엇일까? 괴물이 아래에서 남자를 먹이로 삼기 위해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무서운 것일수도 있다. 80년대 고도성장의 주역이었던


중년세대는 90년대 후반 국가 부도 사태라는 최대의 경제위기 그리고 이어진 IMF


구제금융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어지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초라한 계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갈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중년 사내에 눈에 비친 한강 수면 아래의 물체는 괴물


보다 훨씬 더 두려운 고독함의 그늘일 것이다.


 


도입부부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살인의 추억>에서 끝나지 않은 공포는


2000년대에도 다른 형태로 변이되어 지속된다는 것을 말하는 듯이 보인다.


 


#사진1#


 


하지만 <살인의 추억>은 암울했던 80년대의 실화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관객들을 우울한 기분으로 몰입시키지는 않는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장면들, 특히 형사들과 피의자가 함께 짜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당시 최고의 인기 수사극 <수사반장>을 시청하는 장면은


우리 삶에 여전히 훈훈한 인간애가 지속됨을 말해주고 있다.


 


'감'에 의한 수사를 하는 박두만(송강호)와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수사를 하는 서태윤(김상경)은 서로 극과 극의 상반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절대 대립각을 세우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바로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증오이다. 그 증오의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서히 자신이


미처 갖지 못했던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게 되고 의기투합하게 된다.


 


박두만과 서태윤은 이른바 386세대의 상징적인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추구하던 국내파와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통해 새로운


선진 자유주의를 체득한 해외파들은 80년대 중후반에 함께 공존하면서


서로의 접합점을 찾아가게 된다. 물론 그들을 이어준 매개체는 바로 80년대


민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미국에서 보내온 감식결과를 보고 자신들이 범인이라


확신했던 박현규(박해일)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망연자실하게


된다. 박현규는 무죄라는 것을 확인받는 순간 터널 속으로 하염없이 뛰어가며


사라진다. '감'에 의한 수사도, '분석'에 의한 수사도 모두 물거품이 되버리는


장면이다. 그들이 증오하던 대상을 체포하여 마을에 평화를 안기려던 그들의


노력은 아쉽게도 실현되지 못하고 미결의 과제로 남게 된다.


 


세월이 흘러 박두만(송강호)는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다. 과거의 치열했던


형사시절의 모습은 많이 사라진 듯해 보이던 그는 자신의 한이 서린 과거가


담겨 있던 논두렁을 오랫만에 찾아간다. 그러나 그 곳에서 며칠 전에 범인으로


짐작되는 사내가 찾아 갔었다는 꼬마의 이야기를 듣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공포를 느끼게 된다.


 


80년대의 대한민국은 고도 성장, 민주화를 위한 성장통으로 집약된다. 그 이면에


감춰져 있던 서글픈 자화상은 2000년대에도 다른 형태로 지속되고 있음을


<괴물>에서 보여준다.


 


#사진2#


 


강두(송강호)의 가족은 한강에서 매점을 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한강은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실제로 생계를 앞장서서 꾸리는 이는


강두가 아닌 강두의 아버지 희봉(변희봉)이다. 강두는 허구헌 날 낮잠이나 자고


삶에 대한 치열함도 상실한 무기력한 가장이다. 오히려 한강 고도 성장 세대인


아버지 희봉에게 잔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며 정체성이 모호한지 오래이다.


 


하지만 강두는 무기력한 와중에도 자신의 딸 현서(고아성)에게 휴대폰을 장만해


주기 위해 틈틈이 아버지 몰래 잔돈을 빼돌리며 저금통에 모아두는 여전히 가장


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평온해 보이던 한강 고수부지에 돌연변이 형태의 괴물이 등장하면서 순간 일대는


쑥대밭이 되고 만다.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해치우는 괴물의 극악무도한 모습은


마치 <살인의 추억>의 보이지 않는 범인이 형상화된 모습이다.


 


#사진3#


 


괴물이 한강을 쓸고 간 이후 사회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공포가


확산되지만 강두네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괴물에게 납치된 현서를


구하는 것이다. 억지로 감금되어 있던 강두네 가족은 현서에게서 걸려온 휴대


전화를 받고 국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현서를 구하기 위해 생사를 건


괴물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강두의 가족들의 면면을 보면 80년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현서의 삼촌으로 등장하는 남일(박해일)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세대였으나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고, 현서의 고모 남주


(배두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기 종목인 양궁선수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울렁증을 가지고 있다. 80년대 상징적인 존재의


이면에 감춰진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 들이라 할 수 있다.


 


<괴물>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일부러


조작적으로 오인을 받게 된 강두가 수용소에서 미군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알아채는 장면이다. 당연히 못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평범한


아니 우둔하게 여겨졌던 강두가 'NO VIRUS'를 알아듣고 결국 바이러스 공포는


조작에 의한 허상임을 알아채린 것이다.


 


대중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라는 것임을 이 장면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괴물>에서 결국 괴물을 진압하는 것은 국가도 아닌 미국도 아닌 평범한


소시민 가족들이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시민 운동 단체들이 구호를 외치고


진압작전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강두네 가족의 관심은 온통 괴물에게서 현서를


구하는 데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현서를 구하는 데는 실패한다.


 


그러나 현서를 괴롭혔던 괴물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게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울렁증으로 고배를 들었던 남주의 화살은


괴물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선사하고 괴물의 최후를 결정짓는 것은 무기력했던


강두의 결정타였다.


 


<괴물>의 초반 도입부에 등장했던 한강대교에서 뛰어내린 고독한 중년사내와


무기력하기만 했던 또 다른 중년가장 강두는 이른바 80년대 고속성장 시대의


주역이었으나 90년대 후반, 2000년대를 거치면서 초라해진 중년세대를 상징한다.


 


그러나 강두가 가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영화 <괴물>은


절망스러운 현실에서 중년세대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름이 지나 눈 내리는 한강 고수부지에서 현서가 아닌 새로운 식구를 받아들여


가장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강두. 얼어붙기 직전의 한강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현실은 치열함의 연속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괴물>은 막을 내린다.


 


80년대를 모티브로 한 연작 시리즈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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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80년대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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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man | 추천 0 | 08.25  
좋은 자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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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 추천 0 | 08.23  
좋은 자료 잘 보고가요~
0    0
코코샤넬 | 추천 0 | 08.23  
뭐냐 이건 ㅋ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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