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출신 '필라테스 전도사' 하유경씨

요가하다 우연히 빠져… 연예계는 애당초 관심 밖

"뱃살 잡는 데 이만한 건 없죠" 

요즘 '미스코리아'를 연예계 진출의 관문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1996년 미스코리아 본선에 진출한 하유경(34)은 그런데 '트루 필라테스 코리아 대표'란 직함을 달고 있다. 필라테스(Pilates)가 도대체 뭘까.



"일종의 재활운동이죠. 신체 특징에 따라 근육을 강화시키면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자세가 균형 있게 되고 관절과 척추도 강화됩니다. 아! 물론 몸매 교정 효과도 있지요." 이 왕년의 미스코리아가 열변을 토했다.



그와 미모를 겨룬 배우 이병헌의 동생 이은희가 당시 진(眞)· 설수진·권민중 같은 미인들이 동기다. 하유경은 "왜 연예계로 나서지 않았느냐고 궁금해하느데 방송 체질이 아니었는지 원래부터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필라테스는 독일 체육교사 요제프 필라테스(Joseph Pilates·1880~1967)가 고안했다. 동양의 요가·선(禪)·양생법(養生法)을 응용한 것으로 반복된 동작을 통해 통증 없이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다.



필라테스는 1차대전 때 영국 랭커스터 포로수용소에서 인턴이었는데 포로들의 건강을 위한 운동법으로 이걸 창안했다. 병원에 주로 누워 있는 환자들을 위해 침대 위에서 스프링을 이용하는 방법이 많다. 1990년대 말부터 샤론 스톤, 캐머런 디아즈, 리브 타일러, 드루 배리모어 같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즐기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유경씨가 보여주는 시범 동작은 단순해 보였다. 다리를 V자로 만들거나 무릎 꿇고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그런데 채 몇 분 안 돼 온몸이 땀투성이로 변했다. 하씨가 말했다. "은근히 운동 되죠? 복부·허리·엉덩이 근육을 '파워하우스'라 하는데 뱃살 빼는 데 그만입니다."



하씨는 원래 무용학도였다. 고향 부산의 부산예고를 나와 발레로 숙명여대 무용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무용단에서 활동했다. 그러다가 발을 들여 놓은 것이 요가였다. "스트레칭을 위해 요가를 하다 완전히 빠져 버렸어요."



그러면서 대학원 전공을 체육 교육으로 바꾸고 요가 인기강사 원정혜의 제자가 돼버렸다. 요가 비디오를 찍더니 아예 대한생활요가협회 전임교수도 지냈다. 그런 그가 왜 무용에서 요가, 다시 필라테스로 전공을 바꾼 걸까.



"2000년대 초까지는 요가와 필라테스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은 채 전파됐어요. 우연히 스프링 달린 침대 위에서 기계체조 같은 운동을 하는 필라테스 비디오를 보면서 저걸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유경씨는 4년 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홀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필라테스의 대모(代母)'로 세계적 명성을 쌓은 로마나(Romana Kyrzanowska) 문하에서 2년6개월간 정통 필라테스를 전수받았다.



"2년 동안 일곱 번 테스트를 통과해야 코스가 끝나는데 한 번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9시간씩 3일 세미나하고 300시간 수업을 받아야 테스트 1번 기회가 주어지죠. 한마디로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는 "한 번은 밥도 못 먹고 13시간 동안 필기시험을 보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로마나가 설립한 '트루 필라테스'의 특징은 환자 개개인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해 맞춤 시술을 한다는 점이다.



하씨는 "필라테스는 개인별 맞춤운동이어서 지도자의 자질이 중요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잘못하면 환자가 오히려 부상을 입는데 4주면 지도자 자격증을 내주니 문제가 많죠."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