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투어리즘 퀸' 하현정, 20일간의 좌충우돌 도전기-1편



세계 최고 미인이 된 느낌은 어떨까? 하현정(23)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다. 미스코리아 미 하현정은 지난달 25일 중국 칭저우에서 열린 2010년 미스 투어리즘 퀸 인터내셔널(MTQI)에서 5대륙 75개국 미인 가운데 최고 미녀로 선발됐다. 국제 미인대회에서 한국인이 정상에 오른 건 하현정이 처음이다. 하현정이 MTQI 여왕에 등극하기까지 20일 동안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담은 일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9월 6일 칭저우 도착



드디어 날이 밝았다. 진짜 가는구나! 미스코리아 합숙을 통해 처음으로 가족과 헤어졌고, 미스 투어리즘 퀸 인터내셔널에선 모든 걸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 기분이 이상하다. 대한민국, KOREA를 대표해서 떠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설렌다.

중국 베이징을 거쳐 대회 장소인 칭저우에 도착했다. 인도네시아 후보 리클과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됐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기다리면서 다른 나라 후보 사진 찍는 걸 봤는데 살짝 기가 죽었다. 어찌나 과감한지…. 아, 이제 시작이구나! 낯선 곳에 있으니 가족이 더욱 보고 싶다.



9월 7일 산뜻한 출발!



저녁 8시에 패션쇼가 시작한다. 처음엔 떨렸지만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쇼를 즐겼다. "저걸 어떻게 입지!" 시원하게 몸을 노출한 친구들이 너무 섹시했다. 섹시로는 이길 자신이 없어 귀여운 비키니를 입었다. "South Korea!" 얼떨결에 무슨 상(대회 홍보대사 선발대회)인지도 모르고 받았다. 본선 대회에서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패션쇼가 끝난 후 대회 관계자와 저녁 만찬을 즐겼다. 알 수 없는 중국말들, 나는 그저 마냥 웃었다.



9월 9일 월드스타?



오늘 의상은 칵테일 드레스. 혜영(미스코리아 선)이가 빌려준 예쁜 드레스를 입었다. 각국 미녀 75명이 차 20대에 나눠탔다. 포토그래퍼들이 도로에서 기다리다 드르륵 셔터를 누른다. 추격하듯 차로 따라붙으며 사진을 마구 찍어댄다. 마치 월드스타가 된 기분이랄까?



중국분들이 무척이나 한국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 견장을 보고 한궈(韓國)라고 말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조른다. 리클은 부럽다고 질투하고, 관계자는 내 손을 잡아끈다. 내심 기분이 좋다.



9월 10일 아, 추워!



중국에도 비가 내린다. 버스 기사와 손짓, 몸짓을 섞어 이야기했다. 날 보더니 축구 선수 안정환을 안다고 말했다. 기사가 이효리 노래 <10 minutes>를 틀어준다. 타국에서 들은 한국 노래가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핑 돈다. 5일 내내 중국 노래, 영어 노래만 듣다 우리 노래를 들으나 뭔가 살짝 울컥했다.



9월 11일 영어 공부해야지!



휴대전화를 보니 토요일이다. 요일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나? 중국에 오기 전 외국인에 대한 울렁증이 있었는데 리클과 생활하면서 사라졌다. 다행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여긴 통역이 없다. 영어를 못하면 귀머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영어는 리클이 천천히 다시 한 번 설명해준다. 참 고마운 친구다.



9월 16일 약속을 잘 지키자!



중국에 와서 매일 새벽에 화장한다. 미스코리아 합숙에선 촬영이 있는 날만 화장했지만 여기선 매일 카메라로 찍어대니 화장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화장에 익숙하지 않던 내가 이젠 제법 내 얼굴을 꾸밀 수 있게 돼 기분이 참 좋다.



아침식사 후 목적지로 출발. 웬일인지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 한참 뒤 레바논 친구가 나왔다. 대회 관계자가 화를 내며 다시 방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자상한 모습만 보다 화난 얼굴을 보니 무척 무서웠다. 다시 한 번 시간 약속의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