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에서 [하하하]와 [시]가 주목받는 동안에. 또 하나의 작품이.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부천영화제에서도 상당한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과연 이 영화는 어떤 복수일까.
아저씨랑 국정원 요원의 복수극이 극장가 끝물을 향해 달릴 때. 이번에는 김복남이다.
시놉시스는 이러하다.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해원은 휴가를 받아 어렸을 때 잠시 머물렀던 무도로 향한다.
어릴 적 친구 복남이 해원을 환대하지만 다른 섬주민들은 해원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다.
복남의 배려로 편안한 휴가를 즐기며 서울에서의 스트레스를 잊어가던 해원에게 어느 날 부터인가 복남의 섬 생활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남편에게 매를 맞고, 하루 종일 노예처럼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육욕에 집착이 강한 시동생에게 성적인 학대까지 받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섬사람 모두 복남이 처한 상황을 외면할 뿐이다. 해원 역시도 자신과 딸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복남의 간곡한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게 된다.
이제 무도에서 복남을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복남은 이 섬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은행원 해원은. 참. 차가운 도시여자. 은행에서의 에피소드에 더해서. 또 하나 그녀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에피소드는.
길거리에서 폭행당하는 여자를 보고 모른 척 하고. 증언마저 거부하는 그런 여자다. 착한 사마리아인? 그런 것을 따질 겨를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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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참 이기적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복남은 남편과 시동생, 그리고 딸과 함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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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없는 가족 가운데에서. 복남은 철저한 약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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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에게 성을 착취당하는 약자이기도 하며.
남편에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폭력을 당하는 약자이기도 하며.
사랑하는 딸에게는 남편의 사랑을 빼앗겨버린 약자이다.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방 레지를 불러와 섹스를 하는 남편. 그 앞에서
밥을 비벼 우걱우걱 먹는 것이. 유일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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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안에서 철저한 약자이자. 피착취자인 그녀는.
눈 앞에서 사고로 딸을 잃게 되고. 하루하루 미쳐가는 날. 태양과 시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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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낫질이 시작된다. 하나하나. 자신을 괴롭혀 온. 자신의 위에 올라탔던 그들을 무참히 찢어버린다.
영화는. 꽤 흥미롭다. 김기덕 감독에게서 나온 감독들의 행보를 볼 때에. 장철수 감독 역시
상당히 기대할 만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잿빛 톤이 지배적인 색감과. 그에 대비되는 섬과 자연의 싱그러움. 그리고 억압과 고난.
모순 덩어리인 공간 안에서의. 보는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그 실력은. 언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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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했다.
매체의 평가와 환호 일색의 리뷰들을 보고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카타르시스가 덜했다.
그만큼. 불편함이 수이 씻기지 않는 것이다.
씻을 수 없는 고통. 잊고 싶지 않은 불편함. 그것은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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