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방언의 역사적 특성
전술한바와 같이 속초는 신흥도시로서 역사적으로는 양양권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곳이라 토속방언의 가치로서는 속초방언의 특성이 따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양양방언권에 통합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따라서 역사적으로도 속초는 양양군내의 일개 리(里)에 불과했던 바 속초방언의 역사성은 곧 양양방언의 역사성에 직결된다.속초,양양지역은 역사적으로는 부족국가 시대에는 동예(東濊)의 땅이었다. 동예의 특성에 대해 중국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는 "기기자구자위(其耆老舊自謂) 여구려동종(與句麗同種) 언어법속(言語法俗) 대저여구려동(大低與句麗同) 의복유이(衣服有異)"라 하여 전반적으로 이 지역의 언어적 기층(基層,substratum)에는 북방계인 고구려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고구려어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만주일대를 장악했던 부여계언어에 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여,고구려계통의 언어기층을 지닌 이 지역은 <삼국사기>권(卷) 삼십오(三十五) 잡지(雜志) 제4(第四) 지리2(地理二)에 보면 "수성군(守城郡) 본고구려(本高句麗) 수성군 경덕왕개명(景德王改名) 금간성현(今杆城縣) 영현2(領縣二) 동산현(童山縣) 본고구려승산현(本高句麗僧山縣) 경덕왕개명(景德王改名) 금열산현(今烈山縣) 익령현(翼領縣) 본고구려익현현(本高句麗翼峴縣) 경덕왕개명(景德王改名) 금인지(今因之)" [수성군은 본래 고구려의 수성군으로서 경덕왕이 개명하였다. 지금의 간성현이니 영현이 둘이다.①동산현은 본시 고구려 승산현으로 경덕왕이 개명 지금의 열산현(현 간성지역)이다.②익령현은 본시 고구려의 익현현으로 경덕왕이 개명 지금도 그대로이다(현 양양지역)]라고 하여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의 수성군 익현현(翼峴縣)지역(옛 양양지역)으로 고구려어의 영향을 더욱 굳건히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후 신라 진흥왕(540∼576)때의 영토확장 때는 동북 함흥평야 지역까지 신라의 영토가 확장되면서 이 지역 방언이 남방계인 신라어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신라시대에는 이 지역은 9주(九州)의 하나인 명주(溟州,하서주, 일명 하슬라(河瑟羅)) 관내의 수성군 익현현 지역으로서 통일신라의 통치기를 거치면서 남부방언의 영향이 계속되어 원래의 북방계 고구려어 기층과의 언어적 혼합이 나타났을 것인바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북방계언어와 남방계언어의 접촉지대로서의 경험을 겪은 숙명적인 전이지대지역이라 하겠다.
그후 고려,조선시대로 이어지면서 이 지역은 남북교통로의 중간지역으로서 여전히 문화나 언어에 있어 남북의 문화,언어적 특성을 공유한 완충지대로서 존재하였다. 금세기에만도 8.15이후 남북 분단으로 속초,양양이 북한의 수중에 있다가 6.25이후 수복되어 지금은 남한에 속한 것은 고대 남북대립의 현대판 재현이라 하겠으니 속초,양양방언의 특성은 고대에나 현대에나 변함없이 남부,북부,중부방언의 영향권에 갇힌 전이지대의 대표적 방언이라 하겠다.
<『속초시지』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