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이체·출금 요구 의심한 50대 자영업자 신고로 피해 막아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A은행 대출 담당자라며 이체를 잘못했다더니 B은행에서 돈을 보냈더군요."
부산에서 이벤트 업체를 운영하는 노모(53)씨.
그는 이달 12일 오후 본인 계좌로 '2천300만원이 입금됐다'는 문자 메시지 알림을 받았다.
곧바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는데 A은행 대출 담당자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이체 실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은행 지점으로 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을 인출해 건네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업무 처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A씨 휴대폰으로 미리 보낸 메시지에 있는 앱 설치용 링크를 클릭해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노씨가 계좌 입출금 명세를 확인해보니 전화는 A은행에서 왔는데 B은행에서 돈이 들어온 것으로 나왔다.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노씨는 문제 앱을 삭제한 뒤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찾아가 신고하고 거래 은행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 소행인 것으로 보고 노씨와 함께 접선 장소에 도착했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앱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원격으로 피해자 휴대폰을 좌지우지하려고 실행을 요구한 것"이라며 "앱이 삭제되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자취를 감춘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노씨 계좌에 입금된 2천300만원은 경남 창원에 사는 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보낸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계좌 입출금 명세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했기에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시키는 대로 송금했다면 노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을 겪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노씨는 당분간 계좌를 쓸 수 없게 됐다.
해당 계좌가 사실상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셈이어서 계좌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려면 경찰 조사 등을 이유로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씨는 고용유지지원금 수령과 각종 자동이체 처리 등을 위해 계좌를 새로 만들거나 관련 기관에 일일이 연락해 다른 계좌를 등록해야 한다.
그나마 계좌에 들어있던 본인 돈은 비교적 소액인 300만원이어서 다행이었다.
노씨는 "이번 일로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됐지만,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운 요즘 약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사기 치는 사람들은 엄벌해야 한다"며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itbull@yna.co.kr
천만 다행이네요. 피해자에게 돈은 돌려주셨겠죠. 보이스피싱 은행직원도 당하니 무서워요, 무조건 이상하면 의심해봐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