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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영원한별빛 2020-08-06     조회 : 755

창가에서 (6)

 

   김지민

 

 

   이듬해 우리는 일본에 갔다. 숙소에 짐을 풀며 이제 다 잊자. 우리 중 누군가 말했고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우리는 창가에 모여 바깥을 내다보았다. 눈 쌓인 땅 위를 클립만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로 허둥지둥 눈밭을 뛰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말없이 보고 있었는데, 누가 떠민 것처럼 그가 앞으로 푹 쓰러졌다. 쓰러진 자세 그대로 한동안 가만있었다. 다들 와르르 웃었다. 그럴 리 없는데, 그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았다. 웃음이 뚝 그쳤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툭툭 털었다. 몸을 돌려 우리가 서 있는 창가를 올려봤다. 우리는 빠르게 흩어졌다. 오직 한 녀석만이 창가 아래 몸을 숨긴 채 바깥을 엿보고 있었다. 야, 그만 봐. 찾아오면 어떡해. 녀석은 말이 없었다. 녀석의 뒤통수가 묘해질 즈음 온다, 온다, 온다! 녀석이 소리쳤다. 우리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녀석은 우리의 안색을 살피며 슬며시 장난이라고, 그는 이미 한참 전에 자리를 떴다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다닥다닥 붙어 잤다.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 올리고 천장을 바로 보았다. 어디선가 찬바람이 들었다. 내일부터 정신없이 바쁠 거야. 금각사도 청수사도 봐야 하고 기모노도 입어야 해. 참치덮밥도 그래,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사진도 많이 찍자. 창가에서 마지막까지 밖을 엿보던 녀석은 혼자 말이 없었다. 우리는 한 번씩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나 하나둘 조용히 눈을 감고, 홀로 깨어 있지 않기 위해 억지로 눈을 감고……

   밤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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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길 | 추천 0 |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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