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특히 산세가 험한 곳이었고, 동부전선 중요고지라 6-25때 많은 사상자가 난 곳이
기도 하죠. 그래서 밤에 근무를 서는 병사들 중에는 귀신을 봤다고 하는 경우가 종
종 있습니다.
저는 통신병이어서 선임병이랑 통신교환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 때 위병소측에서 신호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군필자분들은 아시겠지만 누가 위
병소를 통해 들어오려하면 당연히 저희 교환소를 거쳐서 대대 상황실로 연결을 해
야 합니다. 저는 의례 그런 것이려니 생각을 하고 그냥 받았습니다.
"통신보안"
"저, 저, 저, 저, 저기, 헉..."
"얌마, 왜 그래?"
저보다 한참 후임이었던 이현진 일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용건을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막 더듬더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너 미쳤어? 왜 그래?"
"으으으으으 저, 기...헉!"
이러더니 신호를 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장난인 줄 알고 그냥 넘겼습니다.
잠시 후, 중대복귀시간이 되어서 다 모엿습니다. 그 때 제일 늦게 위병소 근무자들이
복귀했는데...다들 얼굴이 뭔가에 홀린 듯 넋이 나가보였습니다.
제가 이현진 일병에게
"얌마, 왜그래? 뭔 일 있어?"
그러자 이현진 일병이
"저...귀신 봤습니다."
라고 털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이현진 일병은 아버지번인 윤영진 병장과 같이 위병소 근무를 나섰습니다. 날이 추
워서 위병소 각자근무지 안으로 들어가서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 윤영진 병장이 외투를 벗은 채 얇은 전투복 차림으로만 나와서 낭떠러지
쪽을 바라보면서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보고 이현진 일병이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윤영진 병장님, 안 추우십니까? 들어가서 근무 서도 된다고 대대에서 전화왔습니
다."
그리고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다가 윤병장의 근무지를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선...윤영진 병장이 곤하게 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
급하게 다시 고개를 돌린 이현진 일병. 그의 눈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낭떠러지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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