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실겁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엽기적인 사고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
여기 공포게시판에도 몇개 글이 있던데... 무섭다라는 것 보단 전 그때 생각하면 많이 안됐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과거 제가 살던 빌라 윗집에서 삼풍백화점 근무를 하던 누나가 계셨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집이 201호 위집 누나가 301호인데 301호 이웃들은 시골에서 이사를 오셔서
서울에 빌라 생활을 안해본 분들입니다. 그 당시 빌라 계단에 계단등이 요즘같은 타임식이 아닌
스위치로 켜고 끄는 방식이라 컴컴한 밤엔 계단을 오르며 일일이 하나씩 스위치를 키고 끄고
해야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불을 일부러 켜도 됐지만 계단등에 대한 전기요금은
빌라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이 함께 부담을 했기에 전기요금 절약차원에서 밤에도 불구하고 켜져있던
시간보단 꺼져있던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났던 그날 밤이었습니다.
조용하고 작은 빌라가 발칵 뒤집혀졌습니다. 밤에 3층에서 여자의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려
어머니께서 알아봤더니 윗집 아주머니 딸이 삼풍백화점 직원인데 죽었다는 겁니다. 당시는 휴대폰이
굉장히 드문 시절이라 붕괴사실을 알고도 연락이 되지 않아 노심초사 하였는데 결국 그날 사고로
죽었다는 거죠.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은건 뉴스를 봐 알았지만 이웃에서 그런 변을 당할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젊은 나이였는데 그런 변을 당한 누나가 참 안됐더군요. 비록 인사를 나누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빌라에서 살던 사람인데 말이죠.
그런일이 있은 후 다음해 설 명절이 됐을때 입니다. 저희집으로 친척분들이 명절을 보내기 위해
오셨습니다. 늦은시간까지 명절을 즐긴 식구들은 이제 잠을 자기 위해서 방으로 들어가시고 저와 부모님은
그런 친척들에게 방을 내어주시고 우리 식구는 거실에서 이불을 펴고 있을때였죠. 그때 시간이 대략
새벽 2시 정도 였습니다. 제가 식탁옆에서 이불을 깔고 있는데 현관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당연히 문은 잠겨 있으니 열리지 않았습니다. 현관문과 거실은 굉장히 가까웠습니다.
빌라 평수가 크질 않아 거실 중앙에서 바로 옆이 신발장 현관문이죠. 현관문 손잡이는 여느 손잡이처럼
동그란 쇠로 된건데 이걸 아무리 소리가 안나게 돌려볼려소 해도 결국엔 소리가 나게 마련입니다.
전 그 손잡이 돌리는 소릴 들은후 이불을 펴다 말고 현관문을 쳐다 봤습니다. 그땐 그 소릴 저만 들은게
아니라 부모님도 들으셨는지 두분다 현관문을 보고 계셨죠. 바로 그때 현관문 손잡이가 다시 살짝
돌아가다 마는 겁니다. 그걸 본 후 방 옆에 서 계시던 어머니가 친척들이 주무시는 방문을 열어보더군요
친척들 중 누가 나가셨는가 보는거 같았습니다. 삼촌들이 담배를 피러 나갔나.. 하고요
어머니가 방문을 열어본후 불은 꺼지고 모두 술에 취해 주무시는걸 확인후 놀라셨나 눈이 똥그래지시더군요
전 그런 어머니를 본후 비디오폰을 눌러봤습니다. 밖에 비디오폰 영상을 보니 불꺼진 컴컴한 복도만
나올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걸 본후 아버니가 문을 열어볼려고 현관문 앞으로 가시더라구요
어머니가 열지 말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무시하고 그냥 열었습니다. 저도 따라가서 밖을 내다 봤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이걸 글로 적으니 길지만 실제론 시간이 굉장히 짧습니다. 손잡이 돌리는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본후 이번엔 현관문 손잡이가 살짝 돌아가다 만걸 모두 확인, 방문을 열어 다른 가족에
부재까지 확인, 비디오폰으로 밖의 상황 확인, 아버시가 문을 연건데 이시간이 거의 10~15초정도??
만약 다른 집 사람이 착각하여 문을 돌린다면 다른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나 소리를 들을 수 있을텐데
계단은 불이 꺼지고 다른집 들어가는 사람도 없던거죠. 또 상식적으로 새벽2시에 문을 안잠그고 자는
집은 없을겁니다. 다른 집 사람이라 해도 키로 문을 열거나 초인종을 눌렀겠죠.
그럼 여기서 삼풍백화점 누나 얘기랑 뭐가 관계가 있느냐....
제가 살던 빌라에서 301호 식구는 시골에서 이사를 와 빌라 생활을 안해봤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낮엔 상관없는데 밤에 계단을 올라갈때 간혹 2층과 3층을 헷갈리시거나 계단등 스위치와
초인종 벨을 혼동해 저희집 벨을 누르거나 저희집 문을 본인 집으로 착각해 두드린적에 초기에 있으셨죠.
그중 그 삼풍사고로 돌아가신 누나가 제일 늦게 다니는 편인지 유독 그 식구들중 그 누나가 다른 식구보단
몇번 더 그랬었죠. 문을 닫고 저와 부모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 누나 생각이 나더군요.
그 누나가 실제로 생전 자주 우리집을 본인 집으로 착각한건 저희 가족들 외엔 아무도 모르니깐요.
아.. 그 누나가 명절 제삿밥 먹으러 집에 왔다가 생전처럼 우리집과 본인 집을 헷갈렸구나...
삼풍사고 글 읽다보니 잊고 지냈던 그 기억과 꽃다운 나이 돌아가신 윗집 그 누나가
참 안됐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새삼 그 분의 명복과 그날 사고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