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시는 나희덕
문을 뜯고 네가 살던 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어줄 네가 없기에 네 삶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었을까 더 이상 세상에 세 들어 살지 않는 너는 대답이 없고 열쇠공의 손을 빌려 너의 집에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걸어 나갈 것 같은 신발들 식탁 위에 흩어져 있는 접시들 건조대 위에 널려 있는 빨래들 화분 속에 말라버린 화초들 책상 위에 놓인 책과 노트들 다시 더러워질 수도 깨끗해질 수도 없는, 무릎 꿇고 있는 물건들 다시, 너를 앉힐 수 없는 의자 다시, 너를 눕힐 수 없는 침대 다시, 너를 덮을 수 없는 담요 다시, 너를 비출 수 없는 거울 다시, 너를 가둘 수 없는 열쇠 다시, 우체통에 던져질 수 없는, 쓰다 만 편지 다시, 다시는, 이 말만이 무력하게 허공을 맴돌았다 무엇보다도 네가 없는 이 일요일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저 말라버린 화초가 다시, 꽃을 피운다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