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기철
일생 동안 한 번도
분노가 없는 꽃이여
나는 네 속에 들어가 붉고 노란 마음에 젖고 싶다
너의 몸을 탐내는 바람
너의 향기를 탐내는 벌과 나비
네가 길어 올린 수액을 빨아먹는 진딧물
너의 대궁을 칭칭 감고 놓지 않는 뱀에게도
너의 웃음과 방향을 아끼지 않는다
태풍에 허리를 꺾이면서도 미소 짓는 꽃이여
천사의 가슴에 단추로 반짝이는 미소여
땅 위에 서식하는 가장 온화한 입술이여
듣고 있으면 열리는 채색의 음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