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은 따사로운데 새로운 것들이 더 새로운 것에 밀려나 변하고 있다. 청아한 새소리가 반가워 웃음이 나다가도, 쓰르르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서러워진다. 바람에 서각 거리는 갈대 소리에 눈물도 흐른다. 시간은 제 갈 길을 가며 나이테처럼 주름을 만드는데 나는 손에 쥔 것이 없어 우울하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보다 오래 만나던 사람이 편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닷없이 세상 속을 벗어나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오래도록 우두커니가 된다. 철이 들지 않은 어른 아이로 그저 그런 날로 살고 있지만, 그저 그런 보통의 날이 좋은 날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말이다. 이대로도 괜찮다. 가족을 사랑하며 글을 쓰며 꿋꿋이 버티자. 어제는 가 버렸고 아직 내일은 오지 않았다. 오늘에 충실하자. 오늘을 잘 버텨내면 수고에 대한 선물로 반듯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물론 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언가는 할 수가 있다. 그 무언가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길이다. 반드시 오늘을 사랑하자. 그 힘으로 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물처럼 느리지만 수월하게 지나가자. 느린 달팽이가 되자. 괜찮다. 그래도 된다. 다만 중심은 잡자. 그냥 오늘을 사랑하자. 이 평범한 오늘이 어제 죽은 이가 간절히 꿈꾸던 날이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