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