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은 이성으로부터 “나와 결혼해 줘”라는 말을 들을 때가 아닐까?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서른네 살 때 열일곱 연하의 소피아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3년 동안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어느 날 소피아와 마주앉은 그는 백묵으로 테이블 위에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써 나간다. 떨리는 그의 손길이 진실임을 느낀 소피아는 프로포즈를 받아들이지만 결혼을 앞둔 어느 날, 그에게서 일기장 몇 권을 받는다. 거기엔 그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사생아를 낳은 일 등 엄청난 사실들이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소피아는 사랑으로 그의 허물을 덮어 주며 결혼해 48년 동안 그와 함께했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1907년, 사교클럽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 클레망스 호지어를 이듬해 블렌엄 궁에 초대한다. 그녀와 호숫가를 산책하며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던 그는 한 정자에 이르러 처녀의 여신 다이아나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히포리터스 조각에 새겨진 문구를 발견한다. 이때다 싶어 그 문구를 읊었다. “그대 아름다운 여신이여, 나의 꽃다발을 받으소서.” 클레망스는 그의 재치 있는 고백에 감동해 청혼을 받아들였다.
1827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보고 줄리엣 역의 하리엣 스미드슨에게 푹 빠진 스물네 살의 무명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그녀에게 600여 통에 달하는 뜨거운 연서를 보냈지만 아무 답도 받지 못했다. 절망에 빠진 그는 사랑의 열정을 고스란히 작품에 쏟아 부었다. 1년 뒤,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화려했던 인기를 뒤로하고 파리에 있다는 하리엣에게 음악회 입장권을 보냈다. 자신을 쫓아다니던 청년의 음악회라는 것도 모른 채 음악회장에 찾아간 그녀는 연주가 시작되자 곡의 주제가 자신임을 깨닫고 크게 기뻐했다. 며칠 뒤 둘은 재회했고,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했다. 베를리오즈가 그녀만을 위해 만든 곡이 바로 <환상교향곡>이다.
독일의 ‘철혈 수상’ 비스마르크는 요한나 폰 프토카마라는 여성에게 반하지만 신앙심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자 독실한 신앙인으로 비치기 위해 요한나에게 보내는 편지마다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해 적었다. 또한 그녀의 집에 찾아가 “따님의 행복을 보장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저의 밤낮없는 기도뿐입니다”라며 간청했는데, 그때 방안으로 들어서는 요한나에게 기습 키스를 해 버렸다. 공개 키스에 어안이 벙벙해진 부모는 딸이 순결을 잃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 약혼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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