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의 사택 쪽으로 사람 그림자 하나가 숨어들었다. 마침 병원 을 둘러보던 경비원이 보고 도둑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경비원은 오랫동안 골수염으로 고 생하던 사람이었는데, 친척에게서 장기려 박사의 사택과 병원 사이 자갈밭에 누워 있으면 돈 없어도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말을 따랐던 그는 아침에 출근하던 장 박사의 눈에 띄어 수술을 받아 완쾌되었는데 퇴원할 때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 워 사실을 고백했다. 그러자 장 박사는 오히려 수술 뒤 힘든 일을 하면 안 된다며 병원 경비원자리까지 마련해 준 것이었다. 경비원은 장기려 박사에게 진 마음의 빚도 갚을 겸 자기 손으로 꼭 도둑을 잡 고 싶었다. 그는 구두를 벗어 놓고 발걸음 소리를 죽인 채, 서재 창문을 살폈다. 그런데 박 사는 이미 도둑을 잡아 놓고 조용한 목소리로 타이르고 있었다. 아마 도둑은 가져온 보자기 를 서재 앞에 펴 놓고 책을 싸려고 한 모양이었다. “젊은이, 그 책 가져가면 고물 값밖에 더 받겠소? 그러나 나에겐 아주 소중한 것이라오. 내가 대신 그 책값을 쳐주리다. 무거운 책보다야 돈이 더 낫지 않겠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 돈 가져가시오. 그리고 바르게 살 생각이 있으면 다시 찾아오시오.” “잊지 않겠습니다. 원장님.” 도둑은 돈을 받아 들고 허둥지둥 달아나 버렸다. 경비원은 사라지는 도둑의 뒷모습만 멍 하니 보고 서 있었다. 비록 은혜 갚을 기회는 놓쳤지만, 경비원의 가슴속엔 커다란 감동이 가슴 가득 차 오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