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긋이 눈감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