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여자, 이제 가네볼이 움푹 패이고 이마에 점이 박힌 여자
 피에 젖은 꿈들을 햇살에 널던 여자
 다리에 약간 살집이 오른 것만 빼면
 아직도 싱싱하고 관능적인 여자
 
 누구나 그러하듯
 그 여자에게도 아름답고 슬픈 과거는 있네
 사랑하는 남편도 있었네
 새새끼처럼 귀여운 아들도 있었네
 모두 지나간 일, 지금
 그 여자에게
 남은 건 서른평 아파트와 긴 머리뿐
 
 세월이 가슴을 할퀴며 지나갈 때
 얽히고 맺힌 끈까지 풀어가
 다행히 몸뚱이 하나 온전히 버텨내었네
 사랑하던 사람들
 어둠을 향해 소리쳐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들만 빈 가슴을 메웠다네
 그런 것도 쌓이면 힘이 되던가
 이제 마흔
 
 그냥
 한 평생을 머리 빗으며 살아왔는데
 또 그렇게 살아가면 그만인데
 
 저 환장하게 시퍼런 겨울 하늘
 모든 희망과 그 귀신들을 삼켜버린 저 곳
 그 여자, 이제 가네
 적멸의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 덜렁 내려와
 그 여자 데불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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