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직업은 없었다. 이들은 자영업자인가, 노동자인가.’ ‘플랫폼 노동’을 생각하면 영화 <극한직업>의 대사가 이렇게 치환된다. 기존 노동 문법이 해체되고 있는 전환기에 등장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이야말로 말 그대로 ‘극한직업’일지 모른다.
플랫폼 노동.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나타난 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등장한 새로운 고용과 노동 형태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을 통한 음식배달이나 ‘타다’ ‘쿠팡 플렉스’ 등 대리운전, 배달서비스 등은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온·오프 유통채널이다. 최근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전체 취업자의 약 2%에 해당하는 53만명가량이 플랫폼 노동에 종사한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는 해외와 비슷한 규모로, 국내 IT나 물류유통 산업의 규모로 볼 때 실제 국내에는 훨씬 많은 플랫폼 노동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노동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사업은 성장하는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고, 산재보험·고용보험 등 안전망에서도 비켜나 있다.
현실의 변화를 법과 제도가 좇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23일 오후 ‘플랫폼경제종사자 고용 및 근로실태 진단과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기존의 사회보험 적용 대상 확대 주장과 함께 ‘디지털 사회보장제’라는 제안이 새롭게 나왔다. 플랫폼사회보장 계좌를 만들어 플랫폼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고객이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내고, 플랫폼 기업이 이를 걷어 보험료를 납부해주자는 얘기다. 국제사회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과세해 이를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자는 ‘디지털 과세’가 논의되고 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기술이 발전하며 매년 세계 온라인 노동은 26% 이상 성장하고 있다. 평생직장은커녕, 노동 자체의 틀도 무너지는 미래에 우리 대부분은 플랫폼 노동을 뜻하는 ‘디지털 갤리선’을 타고 일자리를 유랑할지 모른다. 새로운 방식의 노동자 연대, 보다 적극적인 논의와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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