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정원에 더없이 아름다운 양귀비 한 송이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양귀비의 자태에 현혹이 되어 감상하는 것은
오히려 님이 자랑스러워 하셔야 할 일입니다.
사람들이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원을 넘어오며
그 양귀비를 캐 가려 한다면 우려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걸 두려워하여 남이 못 보도록 높은 성벽을 쌓는다면
말이 좋아 성벽이지 감옥이나 진배 없을 터이지요.
또 생각이 없는 양귀비라면 남이 캐어가도 자신 스스로를
방어할 도리가 없을 터이지만 님의 아내는 님과 가정을
몹시도 아끼며 사랑하는 만큼 혹 흑심을 품는 사람이
옆에 있더라도 쉽게 넘어갈 사람은 아니니 너무 우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님의 아내가 님 외의 남자들과 진행되는 좀은 가벼운 듯한 제스츄어는
결코 헤픈 형태도 아니고 바람을 피우는 징후도 아니고
그 사람의 스타일이려니 하며 대범히 생각하시고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님의 의처증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되고 두 분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며
회복되지 못하는 극단의 길로 치달을 수도 있으니
님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시며 부디 아내분을 믿고
더 사랑을 쏟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