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들의 돈 모으기 대작전
차 없애고 적금 들고… "쓰고 남은 돈으로 재테크한다면 실패"
"눈 딱 감고 월급의 60%는 저축합니다."
"술자리에서도 투자 정보를 꼭 챙겨요."
20~30대는 그럴싸한 투자 수단을 잘 몰라서, 혹은 술값이나 쇼핑 등으로 소중한 돈을 까먹기 쉬운 시기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렛대 삼아 미래에 투자하는 야무진 젊은이들도 있다. 주변에서 '재테크의 고수'로 손꼽히는 젊은이 3인방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인공은 박환중(29), 정철(33), 그리고 박정은(여·29)씨. 박환중씨는 대학 시절부터 주식을 시작해 종자돈 1억원의 문턱에 와 있고, 정씨는 자동차를 없앤 덕분에 1년6개월 만에 저축으로만 5000만원을 만들었다. 박정은씨는 순전히 적금만 활용해 1억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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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하면 20~30대에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자동차를 없애고 저축으로 5000만원을 만든 정철(33)씨(왼쪽부터), 적금을 활용해 1억원을 모은 박정은(여·29)씨, 가치주에 투자해 돈을 1억원 가까이 불린 박환중(29)씨가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나는 이렇게 종자돈 만들었다
박환중(이하 '박'): 대학교 3학년 때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 600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했어요. 몇번 떨어지기도 했지만 가치주라는 확신이 있어서 안 팔고 버텼고, 결국 나중에 1000만원까지 회복되고 나서 팔았어요. 입사하고부터는 월급의 60~70%를 펀드와 적금에 반씩 나눠 넣었죠. 펀드는 지수형·성장형·가치주형 3가지로 나눠 했어요. 한창때는 월급의 80%까지 부어봤어요. 이번 금융위기 때문에 반 토막 났다가 회복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지만, 젊기 때문에 고수익 고위험에 도전하는 방향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은(이하 '박(여)'): 7년 전 회사 입사하자마자 아버지가 저를 부르셨어요. '첫째 네 돈으로 신문을 구독해라. 둘째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셋째 최소한 월급의 절반은 투자해라'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 따라서 7년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돈이 모이더라고요. 눈 딱 감고 월급 50% 자동이체시키고 보너스 더해서 3년4개월 만에 6000만원을 만들었어요. 다음부턴 탄력이 붙더라고요.
정철(이하 '정'): 일단 돈을 많이 떼어 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쓰고 남은 돈으로 재테크하자'고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저도 매달 월급 60% 이상은 저축 상품에 자동이체시키고 있어요. 금리에 민감한 편이라서 인터넷 뒤지면서 은행 특판 예금이나 비교적 금리가 높은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상품들을 수시로 찾아봐요. 0.1%라도 많이 주는 곳으로 찾아가죠.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상품 자체 이자가 연 4~5% 정도지만, 소득공제하고 비과세 효과 감안하면 일반 적금보다 3배 정도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요.
◆"술자리에서 나오는 고급 투자정보 놓치지 않아"
박: 영업일을 하다 보면 거래처 사장님이나 40~50대 임원 분들을 많이 만나는데, 술자리에서 툭툭 나오는 투자 정보가 꽤 도움이 돼요. 재테크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배우고요. 역시 어른들이 한 수 위예요.
정: 재테크는 역시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금융권에 입사한 친구들과 자주 만나면서 친하게 지내요.
박(여): 재테크에 관심 있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수다만 떨어도 재미있죠.
정: 얼마 전 자동차를 처분했어요. 돈 아껴서 아파트 장만하려고요. 지하철 타면 책도 볼 수 있고, 자리에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박(여): 저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요. 자동차 사면 한달에 50만원 정도 들죠?
박: 50만원 더 들죠. 기름값에 보험료에, 신차 사면 할부금까지 나가죠. 저는 영업일 때문에 자동차 몰고, 기름값은 회사에서 지원해 주지만.
정: 카드 할부구입은 절대 안 해요. 대신 체크카드를 써요. 체크카드는 돈이 바로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신용카드보다 훨씬 체감도가 높아요. 돈의 흐름을 스스로 쥐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박(여): 저는 보통 지갑에 만원짜리 한 장 넣고 다녀요. 현금은 아무래도 많이 쓰게 되고 어디에 썼는지 잊어버릴 때도 있으니까.
박: 출금수수료 아끼려고 은행별로 현금카드 3개 갖고 다녀요. 수수료 없는 인터넷 뱅킹도 자주 활용하고요.
박(여): 매년 연말이 되면 다음해 연간 소비계획을 세워요. 교통비·식사·커피값 등 20여가지 항목별로 다음해에 쓸 소비 내역을 미리 세워 놓는 거예요.
박: 저는 엑셀 시트를 활용해서 연간 가계부를 써요. 한눈에 들어오고 제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어서 좋죠.
정: 은행 사이트도 활용할 수 있어요. 일주일에 1~2번은 인터넷 들어가서 출금 내역, 체크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해요. 그때마다 '아낄 수 있었는데' 하는 게 꼭 하나씩 있어요.
◆"가족, 책, 건강에 투자해요"
정: 돈 아끼지 않는 곳도 있어요.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 선물은 최대한 좋은 걸로 마련해요.
박: 책 사는 덴 돈 아끼지 않아요.
박(여): 헬스·수영을 일주일에 2~3번 다니는데, 건강 지키는 게 제일 좋은 재테크 같아요.
정: 아파트를 한채 마련하는 게 목표예요. 5년 안에.
박(여): 저도 아파트 갖는 게 꿈이에요.
박: 역시 아파트가 많네. 저는 일단 연말까지 1억원 만드는 게 목표예요. 바짝 모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정: 적금 만기 돌아올 때 뿌듯한 느낌, 그 재미로 재테크하는 것 같아요.
박/박(여): 맞아요. 그 재미에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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