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김노을 기자]
어쩌다 도박이 가벼운 범죄 행위가 됐을까.
도박 물의를 개그 에피소드로 우려먹는 일부 연예인들의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듀오 컨츄리꼬꼬 출신 신정환은 3월 15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 '신정환 드디어 포카칩을, 유튜브 떡상을 위한 무리수 칩사마의 칩슐랭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제작진은 신정환 사진을 붙인 포커칩 '환장코인'을 신정환에게 내밀며 "미션을 성공하면 코인을 지급하고 시즌이 끝날 때 현금으로 정산할 것"이라고 룰을 설명했다.
이에 신정환은 "또 욕먹고 싶냐"면서도 "사이즈가 달라서 그렇지 지금 방송국에 칩사마들이 많다"고 받아치며 금세 웃음 소재로 만들었다. 과거 도박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을 '칩사마'라고 빗댄 것. 여기에는 자숙 기간을 일컫는 듯 '이거 때문에 내가 10년을'이라는 자막도 삽입됐다.
신정환은 2010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원정 도박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필리핀 현지에서 뎅기열 감염에 감염됐다고 거짓 행세를 해 더 큰 질타를 받았다.
이후 2017년 Mnet '프로젝트 S: 악마의 재능기부'에 탁재훈과 함께 출연, 7년 만에 복귀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이듬해 JTBC '아는 형님'에서는 대놓고 도박 범죄를 개그 소재 삼으며 논란 세탁을 시도했다. 다른 출연진은 신정환에 대해 '필리핀의 뎅귀'라고 농담하거나 걸음소리는 '도박도박'일 것이라며 불법 도박 이력을 계속해서 언급했고 신정환 역시 이에 호응해 말장난을 주고받았다. 당시 '아는 형님'은 법을 어긴 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과 함께 폐지 여론까지 일었다.
2013년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방송을 중단했던 개그맨 이수근도 자기 과오를 꾸준히 희화화 하고 있다. 그가 출연하는 여러 예능에서 도박을 소재로 한 웃음 포인트가 없는 걸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오히려 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다른 출연자들이 먼저 나서서 불법 도박 혐의를 개그 소재로 소비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모습이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포장할지언정 죄질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이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히려 '도박은 괜찮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불법 도박 혐의를 받고 저마다 자숙 기간을 거쳐 방송에 복귀했다. 비단 도박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마약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복귀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유독 도박에만 '그들끼리' 관대하다는 것이다. 도박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즉 사행심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더 나아가 일명 돈 세탁이라 불리는 자금 세탁과도 관련이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가에서 도박을 다른 죄질에 비해 가볍게 여기는 형국이 안타깝기만 하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자신들이 선고받은 형량은 끝났을지라도 그것이 곧 범죄 사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자신들이 희화화한 범죄가 대중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사진=유튜브 채널 신정환장, tvN '신서유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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