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은 유달리 건망증이 심하다. 편의점에 가면 산 물건과 지갑까지 놓고 나오기 일쑤다. 그 날도 어김없이 산 콜라와 지갑을 놓고 온 것을 깨닫고 다시 편의점에 들어선 순간 맞닥뜨린 남자. 그의 손엔 콜라가 들려있고, 콜라가 있어야 할 편의점 카운터는 비어있다. 덥수룩한 수염에 남루한 옷차림, 영락없는 부랑자다. 그가 자신의 콜라를 훔쳤다고 생각한 수진, 그의 손에 들린 콜라를 뺏어 단숨에 들이킨다. "꺼어억~~~!!" 게다가 트림까지.... 보란 듯이 빈 캔을 돌려주고, 수진은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버스에 탄 순간 또 지갑을 챙겨오지 않은 걸 깨닫는다. 다시 돌아간 편의점에서 직원은 수진을 보더니 지갑과 콜라를 내놓는다.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수진. 그를 찾아보지만 이미 그는 없다. 수진의 회사 전시장 수리를 위해 온 편의점의 그 남자! 하지만 그는 수진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자판기 콜라를 뽑는 수진의 손에서 콜라를 뺏어 시원하게 들이키며 보란 듯이 수진을 향해 "꺼어억~!" 트림까지 하는 그 남자 철수. 퇴근길에 핸드백 날치기를 당한 수진을 철수가 도와주게 되면서 둘의 만남은 이어진다. 어느날 저녁, 포장마차에 나란히 앉은 수진과 철수.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안 마시면?" "볼일 없는거지.죽을때까지." 동시에 잔을 들어 소주를 입에 털어넣는 수진과 철수. 운명처럼. 청혼. 너랑 결혼하고 싶다구! 이찐득아, 넌 도대체 내가 뭐가 그리 좋냐~~? 수진, 철수에게 청혼한다. 평생 사랑이나 가족은 자신과는 관계없다며 외골수처럼 살아온 철수, 결혼은 부담스럽다. "너랑 결혼하고 싶다구!" "이 찐득아, 넌 도대체 내가 뭐가 그리 좋냐~~?"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수진, 철수도 서서히 마음을 열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대 .도시락은 밥만 2개 싸주고, 매일 가는 집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는 귀여운 아내 수진. 철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수진의 건망증은 점점 심각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은 병원에서 수진은 자신의 뇌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진은 철수에게 말한다.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대...' 결국 기억이 사라진 수진은 철수를 난생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