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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재수없는 남자 그녀 | 2011.05.15 | 조회 7,502 | 추천 7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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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이 남자를 재수남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재수없는 남자는 첨 봤거든요.
여기서 재수없다는 '그 남자의 인격이 비루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 남자는 정말 재수가 없다는 뜻 입니다.
왜 코미디영화에 보면 정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 있잖아요.
소개팅으로 만난 첫날이 생각나요.
재수남의 인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뭔가 좀 위축되어보이는 것이..
딱 퓔오는 스탈까지는 아니었지만, 두번 만나기 싫은 정도는 아니었죠.
재수없음의 징조는 밥 먹으러 간 곳에서 시작되었어요.
무난하게 파스타를 먹으러 갔는데,
뭐 원래 제가 좋아하던 곳이기도 하고
분위기도 적당히 괜찮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한참 맛나게 파스타를 먹으며 하하호호하고 있는데.......
재수남이 인상은 찡그리더니 파스타 그릇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는 거죠.
으헉!!! 그래요.
머리카락
도 아니고 자그마치 바퀴벌레였어요.
오마이갓! 전 진짜 음식에서 뭐 나오는 경험은 오랜만에 해봐요.
으웩!!! 으웩!!!!!!
제가 완전 황당해하는데 이 남자는 항의도 안합니다.
걍 한숨을 쉬더니 "전 원래 이런 일이 많이 있어요..."
으잉??
전 말이죠, 대학교 근처 이모집있잖아요..
그런데서 가끔 음식에 머리카락 나올 때는 있어도
실물 바퀴벌레! 그것도 몸통이 오동통 손톱만한 건 처음이에요!!
근데 이 남자는 자주 라굽쇼??
속이 너무 뒤집어져서 뭐라 얘기하고 싶은데 소개팅 자리잖아요.
심지어 자기 그릇(반쯤 먹은!)에서 나온 재수남은 걍 덤덤하잖아요..
제가 거기다대고 나설 수 없도 없었고..
제 것도 그냥 찝찝하게 포크를 내려놓고 나왔어요.
커피를 마시자 하더라구요.
강남역에서 만났거든요..
CGV 뒤쪽에 커피숍 많은, 언덕빼기 그 곳으로 갔어요.
많은 커피숍 중에서 우리는 그냥 가까운 곳에 갔어요.
출입문이 자동문인 곳이었죠.
저희가 딱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대여섯명의 일행이 나오고 있었고,
우리는 한쪽 옆으로 비켜서 있다가 들어가야 했어요.
그리고 제가 먼저 자동문을 통해 커피숍으로 들어갔고.
재수남이 들어오려는 찰나.
문이 돌돌돌돌 (보통은 닫히려다가 다시 감지하고 열리잖아요!!!)
따악! 따악! 따악!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닫혀버린 거에요.
그 분은 그대로 문에 끼어 계셨습니다.
재수남의 키는 180이 넘고, 몸무게도 90kg는 나가는 거구였어요.
그 거구가 자동문에 낑겨서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종업원들은 놀라서 뛰어오고...
전 그렇게 강렬한 자동문은 첨 봤어요. 아니.. 사람 낀걸 처음봤죠...
무슨 자동문이 악어이빨같이 사람을 물고 놓지를 않고 계속 죄면서.
굉음은 따악!! 따악!!
여기서 관뒀어야 하는데, ㅜㅜ
어찌어찌 문에서 빠져나와 커피숍에 앉아서
얼굴 빨개져서 쩔쩔매는 재수남이 그 때는 안쓰러웠어요.
자기 잘못도 아닌데 계속 일이 꼬이는 거 같고, 제 딴에는 잘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뭐 그런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에프터를 오케이했습니다.
그리고 재수남의 대시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삼개월 남짓한,
별로 길지도 않은 데이트 기간동안 일어난 일은 이렇습니다.
1. 압구정에 발렛을 하고 밥 먹고 나오니,
발렛 기사분이 차를 대박, 정말 대~~~박 긁어 잡쉈더구만요.
저도 차 발렛 자주 맡기는데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그날 전 업무상 미팅이 있었는데,
재수남이 같이 밥 먹으면 가는 길에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밥부터 먹었던 참이었어요.
하지만 이 사고(?) 덕에 데려다주지 못하고
전 부랴부랴 생전 타지 않는 택시 잡아타고 갔죠. 뭐..
2. 재수남은 저와의 짧은 사귐 기간 동안,
두번의 사고와 한 번의 차량 고장, 두번의 펑크를 겪습니다.
차량 고장은 차가 그냥 섰다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밝히지 못했고요.
(아는데 말 안해준 걸 수도 있어요.)
두번의 사고는 자기 잘못 아니라더니,
결국 보험회사에서 이 사람 잘못이라고 해서 돈 다 물어줬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재수남 잘못 맞았어요.)
펑크는....
아,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한 번은 저도 타고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뒤에서 빵빵거리더니 펑크 났다고 알려줘서
내려서 확인하니까 정말 바람이 다 빠져가고 있었어요..;;;;
언제? 도대체 왜?;;;;;;
3. 작은 가게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는데
가게에.. 화재가 일어납니다. -_-;;;
다행히 전소는 아니었지만 소방차 출동하고 난리도 아니었나봐요.
만나고 일주일만인가 일어난 일인데,
그날 저와 약속했다가 취소하면서 이렇게 얘기하길래 전 뻥인 줄 알았어요..;;;;
화재라는 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잖아요..
나중에 여기저기 전화하는 거 들으니까 레알 불이 났더라구요..
4. 그 가게는 결국 오픈하지 못합니다.
같이 가게를 준비하던 친구가 돈을 들고 날랐거든요.
더 이상 흥미진진하게만 보기에는 문제가 커집니다.. 5. 재수남에게는 지병이 있습니다.
장염.
만나는 동안 두 번... 길에서 응가를 합니다. ㅠㅠㅠㅠㅠ
말 그대로 길에다 쌌어요.
다른 사람들은 으슥한 곳에
둘간의 은밀한 이유(?)로 차를 세우지만,
그 당시 저와 재수남은 응가를 하기 위한 으슥한 곳을 찾아야 했지요.
화장실도 참 숱하게 찾아다녀야 했지만, 운전 중에 급똥님이 오시면 별수없이 으슥한 곳에 차를 대고 放糞.
전 그가 으슥한 곳에(!) 차를 세우고 응가를 하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 기억에 아주 어렸을 때,
가족끼리 휴가 갔다가 제가 쉬야를 참지 못해서
고속도로 갓길에서 쉬야를 한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서른 넘어서 길에다 똥싸는 경우를......
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처음에는 아픈 건 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말이 두번이지, 모든 일 스탑하고 화장실찾아 헤매이는 일이
거의 매일 생기니까 (그 중 실패하고 길에다 누신 것이 두번-_-)
이게 참 그렇더라고요.
헤어질만한 일은 아닌데.. 뭔가 막...애매한 느낌.
민망하고 곤란하고..
이건 그냥 병일뿐인데, 사랑으로 감싸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을 반성하게 되는...
ㅠㅠ
지금도 재수남을 생각하면,
화장실 찾던 그 급한(!) 느낌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당장 화장실을 찾지 못하면 험한(!)꼴을 볼 것 같다는 불안감과
똥싸고 돌아온 재수남을 볼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했던
(웃어도 이상함. 울어도 이상함. 화내도 이상함. 무표정해도 이상함.)
제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6. 장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어요.
사실 본인이 장이 안 좋으면 알아서 좀 챙겨야하는 건데..
사업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만날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옘뱅....
술자리가 많으면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먹는데 그때마다 정말 끝까지 가요.
인사불성되고 이러는 건 아니데 엄청 많이 먹어요.
덩치는 산만하고 안주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먹고...
그것이 짜증나는 건.. 이러고 나면 다음날에 저 만나도
화장실 찾으랴 똥싸러 다니느라 바쁘고, -_-;;
머리 아프다 뭐하다 빌빌댄다는 거지요.
이러니까 전 만나기 싫어지고.. 안 만난다 그러면 변했다고 삐지고...
7. 첫만남을 빼고도 데이트 하는 동안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건 다섯 번이 넘습니다.
머리카락은.... 수시로 나오고요.;;;
꼭 제가 아닌 재수남 그릇에서 나옵니다. 아니, 우리 나라에 아직도 이렇게 많은 바퀴벌레가 있다는 걸
저는 정말 처음 알았어요.
세스코는 뭘 하고 있는 거죠??
8. 갇힌 적도 있어요. 교외에 놀러갔을 때였는데요,
통나무 집 이런 까페였거든요.
재수남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해서 가고
저 또 혼자 멀뚱히 앉아있었어요.
이런 게 되게 자주 있는 일인데, 사실 이것도 짜증나요.
정말 제대로 못 놀고 똥 싸는 거 기다리기만 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딱 조용히 가서 누고 오는것도아니고,
얘기 중간중간에
"아 , 배가 또 아프네."
"아, 잠깐만, 속이 또 안좋아."
계속 이 소리하니까요.. 하루이틀이지... ㅜㅜ
아니면 화장실을 찾으러 분주히 다니거나.. ㅜㅜ
여튼 그러고 있는데 그날은 큰일 보러가신 그 분이 유난히도 안 오는 겁니다.
사실 이것도 제가 더 늦으면 차 막히니까 좀 일찍 출발하자고 했는데
(전 과년하고 또 과년한데 통금이 있어요. 늦으면 집에서 전화 막 와요.)
괜찮다고 괜찮다고 게으름 피우더니, 막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화장실 갔다오겠다고 하고 안 오는 거라 짜증이 치밀었어요.
이제 진짜 애매해요. 배아픈 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데
저는 피해-_-를 당해야 하고..
그러고 있는데 진짜 심하게 안 오는 거니,
문자를 보내봤는데 핸드폰도 두고 갔고.,
결국 화장실로 가봤는데
"살려주세요..."
똥싸시는 도중에 화장실 문 안쪽에서 뭔가가 떨어지더니
열리지 않는 시츄에이션이 발생한거였죠.
결국 사장님 불러서 문을 부수고-_-;;
좀 위태위태한 문이었다고 하는데 왜 하필 그 때 고장이 나냐며
사장님이 되게 미안해하셨어요.
그때가 겨울이었는데요. 추운데 코가 빨개져서는 저더러 빨리 찾으러 안 왔다고
얼마나 뭐라고 하던지... ㅜㅜ
아, 저 정말 짜증났는데 불쌍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뭐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9. 재수남 이가 부러졌어요.;;
같이 길 가는데 뭐 들고 가시던 인부분들이"어?? 어?” 하더니,
갑자기 이 남자가 뻑! 하고 뒤로 넘어가고 피가 주르르......-_-;;;
당연히 그 회사에서 치료비 대주긴 했는데 그래도 한동안 고생했죠.
이때 들은 이야기인데 중학교 때 농구하다 넘어져서
한번 싹 해넣은 이랍니다.;; ‘
어케 넘어지면 이를 싹 다 가는 건지요..;;;
10. 감전된 적도 있어요.
재수남은 좀 이상한 고집이 있었는데요.
자기가 뭐든 할 수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이었어요.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재수남은
각종 전기용품을 혼자 고칠 수 있다는 게 막 자랑이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그런 재능, 멋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재수남은 그런 능력자가 아니어요.
걍 평범한 남자인데...
전선 막 만지고 그러면 안 될것 같은데...
어느날 제가 오피스텔에 놀러갔는데 커피 타준다고 하더니
전기로 물끓이는 거 있잖아요?
그게 갑자기 불꽃이 파파팍 튀더니 그 길로 승천하셨어요.
(그리고 보니 이것도 신기하네요..;; 왜 이런 일이..;;;)
하지만 중국산 포트니 걍 수명이 다하셨나 하고 맙니다.
근데 저런 일이 생기면 살포시 전기포트를 코드빼고 일단 몸사리든가, 큰일같으면 사람을 부르든가 해야되는거 아임꽈?
굳이 자신이 원인을 확인해야겠다며,
이건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화재의 위험이 있다며,
위험하다고 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 집에 자신이 산 지가 2년이 넘었다며,
자신은 이미 전문가라며, 콘센트를 열더니만..
(전 콘센트 여는 모습도 첨 봤슴묘..).
뭘 건들였는지, 파지지직! 하면서 "으아아아아악!"
오피스텔 내의 모든 전기 기구가 퍽!
네... 두꺼비 집이 내려간 거죠.
재수남 손에는 그을린 자국이 남았고요.
막 심한 화상은 아니였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미치게 놀랜 건 확실하죠.
11. 카메라 두개가 망가졌어요.
하나는 왜 그랬는지 말 안 해주더니, 다른 거를 새로 샀고,
그 새로 산 건 놀러갔는데 비가 와서 물에 젖었어요.
잘 넣어놓는다고 넣어놨다는데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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