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 0명대 시대’ 진입이 확정됐다. 인구 67만명인 중국의 행정자치 지역 마카오를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1명대 미만’ 국가가 됐다.
28일 통계청의 ‘2018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통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전년 대비 3만900명(-8.7%) 줄어든 32만6800명에 불과했다. 역시 사상 최저다. 이에 따라 조(粗)출생률(인구 100명당 출생아 수)은 6.4명으로 0.6명 감소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비교하면 출생아 수만 100명 줄었을 뿐 대부분이 2월 잠정치와 동일하다. | 합계출산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국가들의 지난해 출산율을 보면 대만 1.06명, 홍콩 1.07명, 싱가포르 1.14명, 일본 1.42명으로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마카오(0.92명)만 한국을 밑돌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평균(1.68명)은커녕 초(超)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인 꼴찌다. 출산율 하락 속도도 다른 국가와 견줘 빠르다.
구체적으로 연령별 출생률은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감소했다. 20대 후반이 47.9명에서 41.0명으로 가장 크게 줄었다. 주 출산 연령인 30대 초반에서도 97.7명에서 91.4명으로 낮아졌다.
문제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조가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개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올 초 올해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든 30만9000명, 합계출산율은 더 낮아진 0.94명이 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제 전년 동월과 비교한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39개월 연속 최저 기록을 경신 중이다. 통계청이 이날 함께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 출생아 수는 2만405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전체 출생아 수는 7만5448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592명(8.0%) 감소했다.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1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0.07명 줄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는 출생아 수가 15만8525명이다. 일반적으로 출생아 수가 연말보다 연초가 많은 것을 고려할 때, 올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는 아기가 태어나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퍼진 ‘황금돼지해’라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늘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또다시 사상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율 하락은 인구가 감소해 생산·소비가 줄고, 경제가 위축될 뿐 아니라 고용과 재정·복지 등 국가 정책 다방면에 충격을 안겨준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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