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보고 나도 독서계좌 만들었다. 책 한 권 완독할 때마다 1만원씩 입금해야지. 이렇게 하면 좀 더 많이 읽게 되지 않을까"
책을 다 읽었을 때마다 전용 계좌에 일정 금액을 입금하는 '독서 계좌' 만들기가 독서를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트위터 등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입금자에 책 제목을 입력하면 전자거래 명세나 통장에 독서 이력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는다. 오천원, 만원 등 스스로 약정한 금액이 쌓이면서 소소한 저축을 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최근 독서 계좌를 시작했다는 한모(38)씨는 책 한 권당 1만원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두 달 간 5권을 읽었다.
한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30대 초반까지는 한 달 동안 읽은 책, 본 영화나 공연을 엑셀에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하지 않다가 독서 계좌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기록을 시작했다"며 "요즘은 책을 읽으면 집에 보관하기보다 중고책방 등에 처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남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독서 계좌는 원래 '독서 통장'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 학교나 어린이 도서관에서 주로 시행하던 독서 기록 방식이 성인 애독자에게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책을 대출 또는 반납할 때 통장 모양의 기록지를 학교나 도서관에 비치된 통장 정리기에 넣으면 책명과 대출·반납 일자가 찍히는 것이 독서 통장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만 독서 통장을 발급해주는 도서관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성인 독자로 대상을 확대한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도서관과 독산도서관은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성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독서통장을 이용한 다독 장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4개월간 독서 통장에 많은 대출 기록을 남긴 이용자를 성인 3명, 초등학생 3명, 유아 3명 선정해 추천 도서를 증정할 예정이다.
가산도서관 관계자는 "원래 아이들 용으로 독서 통장을 만들어주다 성인에게도 확대했는데 어른의 경우 30명 정도가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특별자치시 제공]
국립세종도서관은 2013년 개관 때부터 성인에게도 독서 통장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 도서관에서 독서 통장을 만든 이는 2만2천여명이다.
독서 계좌나 통장으로 기록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 책을 읽는 이들도 있다.
4개월 단위로 19만∼29만원 상당의 회비를 내고 함께 책을 읽도록 주선하는 독서 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는 2015년 80명으로 시작한 회원이 최근 5천명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유료 서비스지만 일정 글자 수 이상의 독후감을 내지 않으면 매달 한 번 진행되는 정규모임에 참석할 수 없는 강제 규정도 있다.
트레바리 이육헌 마케팅 담당자는 "돈을 내고 책을 읽는다는 데서 의아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피트니스 클럽에서 돈을 내고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된다. 혼자서 책을 잘 읽지 않거나 혼자서는 읽지 않았을 책을 유료 모임을 통해 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서토론모임인 숭례문학당의 김민석 운영자(독서리더)는 "2∼3년 전부터 독서 모임의 성격이 다변화되어 단순히 글을 읽거나 쓰는 것보단 재미 요소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독서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한 회원에게 참가비 일부를 돌려준다던가 선물을 주는 동기부여 장치를 고안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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