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아카데미는 정말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1929년에는 흑인 후보가 없었는데 2020년에는 흑인 후보가 1명이나 있네요.”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시작과 함께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의 독설로 포문을 열었다. 올해 남녀 배우 주·조연상 부문에 유색인종 후보가 영화 ‘해리엇’으로 후보에 오른 신시아 어리보 뿐인 것을 비꼰 것이다. 수상식이 끝난 직후 오스카의 역사는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는 시상식 직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봉준호 감독 사진을 올리며 ‘역사를 만든 순간’(When you make history)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비 영어 영화인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여부였다.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유수 영화제의 수상을 모두 누렸지만 오스카 작품상은 백인과 영어권을 중심으로 한 미국 주류 문화계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봉 감독마저도 지난해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오스카는 지역 축제(They’re very local)‘라고 답했듯 아카데미는 올해도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시상식 직전까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병사들의 사투를 다룬 영화 ’1917‘이 작품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이유다.
아카데미시상식은 수년 간 다양성과 균형의 확보라는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2016년 제 88회 시상식을 앞두고 배우 부문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들로 채워지며 급기야 공개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봉 감독에게 감독상 트로피를 시상한 스파이크 리 감독은 2016년 당시 아카데미를 가리켜 ’백합처럼 하얀 오스카‘라며 보이콧 운동을 벌인 당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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