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커피 하우스에서 흘러나오는 시크릿 가든의 녹턴이 날선 메스가 되어 내 심장을 스칩니다. 흔들리며 쓰러지는 지난 가을에 읽다가 만 헐렁한 언약이 바람을 타고 다시 내게로 옵니다. 밀려왔다 쓸려가는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종일 뒤척입니다. 그저, 안부가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 잘 지내시냐고...... 그리움이 가을 홍시처럼 발갛게 익어 하늘에 걸렸습니다. 어쩌면 난 사랑에 대해서만은 유미주의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어 만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게 되면 사랑의 감동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난 여전히 기다림에도 익숙하고 당신을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어찌합니까? 그냥 당신을 위해 노래를 하고 싶고, 당신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고, 오로지 당신을 위해 시를 쓰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가까이에 두고서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기에 무작정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결국 바라보는 것도 죄가 될 것 같아 가끔은 당신 집 배란다 앞에 미친 그리움을 내려놓고 온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이 계절, 바람은 당신의 흔적을 내가 사는 이곳까지 옮겨다 놓았습니다. 끝없는 기다림을 바람도 안 것일까요. 바람도 당신이 그립다고 합니다. 보고픔을 참느라 하얗게 부풀어 오른 삭제할 수 없었던 당신의 문자메세지가 눈에 아른거립니다. < 미안해요, 당신을 내려놓아서……. > 더 이상 울지 않으려고 망각의 길을 찾았던 그해 겨울은 날선 바람만큼이나 추웠습니다. 마셔버린 빈 술잔처럼, 당신을 향한 사랑도 그리움도 한 잔을 술을 마시듯 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온다습한 보고픔은 피할 수 없는 허리케인이 되어 여전히 내게로 오고 있습니다. 당신 눈동자 들여다볼수록, 당신 목소리 들으면 들을수록, 문득문득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죄가 될까 두려워 마음은 안 되는데 하면서도 여전히 당신에게로 가는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랜 목마름의 민낯에 생수 같은 당신의 편안한 호흡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당신과 잠시만이라도 아픔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다면 당신에게로 미끄러지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가는 길..분별없는 사랑이라 힘들고 아프겠지만……. 행복한 천국이라 생각하기에 기꺼이 당신에게로 가고 싶습니다. 단 한 번 목숨처럼 간절했던 당신과의 만남. 비록 얼음처럼 찬 미소를 안았지만……. 여전히 당신은 사랑의 부재를 알리는 칼바람 소리만 내지만……. 짙어지고 깊어지기만 한 불구가 된 내 사랑.. 이제는 산수유처럼 마음조차 붉게 물들고 말았습니다. 한 방향으로 그리움을 토해내는 미친 취객이 되고 있는 나, 못 견디게 좋은 당신, 당신은 나에게 여전히 너무 먼 그대랍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