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6학년생인 큰 아들애가
대문을 밀치고 들어 오면서
돈을 좀 달라고 손을 내민다.
이웃에 자기반 여학생이 한명 살고 있는데
오늘이 그애 생일이어서
뭔가 선물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오늘따라 내 지갑엔
시장 볼 돈 천원 밖에 없었다.
얼마를 줘야 선물을 살 수 있을까?
천원을 다 줘도 모자랄 것 같은 생각을 하다가
엄마가 사가지고 오면 어떻겠는가 물었더니
선선히 좋다고 한다.
좋은 것 사오라는 아들의 부탁을 받으며 시장에 갔다.
완구점의 앙징스런 유리 강아지는 2천 6백원,
콩알만한 개구리는 7백 50원....
문방구를 기웃거리다 슈퍼마키트로 갔다.
빙빙 돌다가 발견한게
오밀조밀 색실과 바늘이 담긴 바느질 상자였다.
값 2백 50원.
그것을 선물로 정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것 같아
일기겸용의 예쁜 공책을 1백 70원 주고 하나 더 사서
포장을 잘 해가지고 왔다.
급하게 받아서 펴 보는 아들 앞에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렇게 헐한 것을 사 왔느냐 할까 싶어서.
포장지를 펴 본 녀석이
기쁜 함성을 지른다.
"와! 좋은데.
이건 여학생 한테 꼭 필요한 거고
좋아하겠군.
엄마는 역시 물건을 잘 고르시거든...."하는게 아닌가.
아들의 칭찬에
채소 일색인 가벼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난
터지는 함박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돈으로 따지지 않는 내 아들의 우정과
엄마의 사정을 헤아리는 깊은 생각에
새삼 기뻤다. ( 81. 8. 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