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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양한마리
진한사랑 | 2012.02.23 | 조회 8,382 | 추천 8 댓글 0




내가 열두 살 때, 아버지는 어린 동생과 어머니를 두고 먼 여행을 떠나셨다. 나는 아버지가 여행을  

간 게 아니라 어머니와 이혼하셨다는 걸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알았다. 사춘기가 시작된 것도 그


부터였다. 


 



어머니는 동생을 등에 업고 종일 작은 문구점에서 물건을 파셨다. 아버지가 떠난 뒤 부쩍 신세 한


탄을 하시거나 내가 아빠를 빼 닮았다고 역정을 내실 때면 나는 두 귀를 틀어 막고 들으려 하지 않


았다.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다. 그러면서 점차 말을 잃었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


지 않았다.


 



나는 날카로운 아이로 변해 갔다. 하루는 친구를 때려 친구 눈을 멀게 할 뻔했다. “중학교만 졸업


해 다오.” 이 말은 매일 듣는 어머니의 당부였다. 교실에서 수업은 듣지 않고 잠만 자던 내가 간신


히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머니는 입학식 날 노란 프리지어 꽃을 들고 와 말씀하셨다. “고등학


교만 졸업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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