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가을날, 아이의 모자 위에 앉아서 난생 처음 집 밖으로 나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소풍을 나왔던 파리는 점심 시간이 되어 아이가 도시락을 먹으려고 뚜껑을 열었을 때, 그만 아이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점심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의 콧등이며 어깨, 등 뒤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며 파리는 처음으로 보는 갖가지 신기한 구경을 다할 수 있었다.
사람보다도 훨씬 덩치가 더 큰 코끼리며 기린, 사자, 호랑이 같은 어마어마한 동물들이 있다는 것도 파리로서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전 중 내내 신나는 구경을 하고, 잔디밭에 앉은 아이가 도시락을 열었을 때 참을성 없이 그 위로 날아가 앉은 것이 큰 실수였다.
˝이 더러운 똥파리.˝
하고 아이는 말했다.
분명히 그 아이가 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나 똥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건만, 아이는 그렇게 불렀다.
아이가 마악 식사를 하려던 동작을 멈추고, 호흡을 끊은 채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파리는 멋 모르고 몇 번의 시식(試食)을 즐겼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이가 벼락같이 한 손을 날려 낚아채는 바람에 파리는 기겁할 듯 놀라며 아이의 주먹 속에 갇히게 된 것이다. |